30대 회사원 모욕죄로 영장…“공권력 남용” 비판도
경찰이 경찰관에게 폭언을 하는 행위 등도 모욕죄로 입건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경찰관에게 욕설을 한 회사원이 처음으로 구속됐다. 하지만 과연 불구속 입건이 아니라 구속까지 해야 할 사안인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21일 상해 혐의로 조사를 받다 경찰관에게 욕설을 한 혐의(모욕) 등으로 염아무개(31·서울시 서대문구)씨를 구속했다. 전과 12범인 염씨는 지난 18일 밤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에서 택시기사를 밀어 넘어뜨린 뒤 요금을 내지 않고 도망치다 경찰에 붙잡혔다. 염씨는 지구대에 도착한 뒤에도 “대머리 까진 ××야” “죽여 버린다” 등 1시간 가까이 폭언을 했으며, 경찰서로 넘겨진 뒤에도 욕설을 멈추지 않았다고 경찰은 밝혀다.
유철 서대문경찰서 형사과장은 “수사 경찰관들이 욕을 하는 염씨에게 공권력 확립 차원에서 구속될 수 있다고 여러번 말했지만, 염씨가 욕을 멈추지 않아 모욕죄를 주로 적용해 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택시기사에게 무릎이 까지는 정도의 상처를 입힌 사안에 대해 감정적인 구속영장 신청이 아니냐는 질문에, 유 과장은 “전과가 많은 염씨가 영장실질심사에서 풀려나면 도주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영장실질심사를 맡았던 서울서부지법 민유숙 부장판사는 “염씨는 여러 차례 형사재판을 받은 일이 있고, 실형을 산 적이 있기 때문에 처벌이 두려워 도주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구속영장을 발부하게 됐다”며 “불구속할 경우 형사재판이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송호창 변호사는 “경찰에 대한 모욕만으로는 구속이 안 될 텐데, 상해 혐의가 있었기 때문에 구속영장이 발부된 것 같다”며 “공무집행 방해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모욕죄를 적용해 영장을 신청하는 것은 공권력 남용”이라고 말했다. 김남일 기자, 윤은숙 수습기자 namfic@hani.co.kr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