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평택 한광고 김진훈 교사가 24일 교정에서 국가청렴위원회가 학교 쪽에 보낸 행사 협조요청 공문을 손에 든 채 훈장 수상식에 참가하지 못하게 된 경위와 결국 훈장 수상을 거부하기로 한 이유를 밝히고 있다.
12년간 학교재단 투명성 노력 한광고 김진훈 교사
학교쪽 출장요청 거부·사학법 개악에 “상 못받아”
학교쪽 출장요청 거부·사학법 개악에 “상 못받아”
“뭐라 말하기 어렵네요. 참담할 뿐입니다!” 24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율곡로 국가청렴위원회에서 부패방지에 기여했다는 사유로 정부가 주는 옥조근정훈장을 받을 예정이던 경기 평택시 한광고 김진훈(45) 교사는 수상식을 불과 한 시간 앞두고도 평택의 학교를 출발하지 못했다. 김 교사는 대신 국가청렴위에 전화를 걸어 “수상을 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그리고 고개를 떨궜다. 이날 수상식을 앞두고 김 교사는 수업시간을 조정해 1∼3교시에 수업을 모두 끝내고 오전 11시 평택역에서 기차를 탈 예정이었다. 기차표까지 예매해둔 상태였다. 그러나 학교 쪽은 끝내 출장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한광고 재단인 한광학원은 재단비리 문제 때문에 분규가 이어진 경기도내 대표적인 사학재단 중 한 곳이다. 한광고와 한광여고 등 중·고교 네 학교로 이뤄진 한광학원은 1995년부터 △백혈병 장학기금 유용 △소속 교원들의 부당 인사전보 △무자격 교장 임용문제 △재단 소속 학교들의 회계장부 소각 △학교장의 부당 노동행위 등의 문제로 재단과 교사 사이에 갈등을 빚어왔다. 이 때문에 2005년부터 교사들의 장기농성 등 마찰이 이어졌고 현재 전교조 소속 교사들은 담임을 거의 맡지 못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진실이 밝혀진 것도 많았다. 한광학원 소속 학교에서 교장이 무자격인 사실이 드러나 직위를 박탈당했고, 장학기금 유용 사실도 드러나 학교 책임자가 벌금형을 받는가 하면, 10억원이 들어간 급식실 건축비 장부가 소각된 사실이 밝혀지는 등 재단과 학교 쪽 비리가 잇따라 드러났다. 국가청렴위가 김 교사에게 훈장을 주기로 한 것도 이런 사학비리에 맞서 학교 재단의 투명성을 높인 데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학교 쪽은 김 교사의 수상식 참가를 허용하지 않았다. 이미 국가청렴위에서 보낸 행사 협조요청 공문도 온 상태였지만 학교 쪽은 학교와 무관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김종하 교감은 “정부가 훈포장을 주는 것은 우리 학교를 비리 학교로 모는 것이어서 김 교사의 출장 요청을 거부했다”며 “우리 학교가 무슨 비리가 있고 누가 징계를 받았냐”고 되물었다. 김 교사는 “대통령이 결정해 주는 훈장도 일선 사립학교에서 임의로 막는 게 사립학교의 현실”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또 수여식엔 참석하지 못했지만 받게 될 훈장과 관련해 “오늘 보도를 보면 정부·여당이 야당과 야합해 사학법을 후퇴시켰는데,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주는 훈장은 의미가 없다”며 아예 훈장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평택/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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