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창립 99년만에…부끄러운 심정”
보건의료노조 ‘돈으로 만드는 법’ 성토
보건의료노조 ‘돈으로 만드는 법’ 성토
25일 오전 11시50분께 서울 용산구 이촌1동 대한의사협회에 회색 차량 2대가 도착했다. 차에서 내린 9명은 곧장 회관 안으로 들어갔다. 입구에서 어디에서 왔다는 말 없이 각 층 안내판을 확인한 이들은 지체없이 2층과 7층으로 움직였다. 이들은 서울지검 조사부 소속 검사와 수사관들이었다. 검찰은 이날 의사협회 회관과 장동익 의협 회장의 서울 구기동 자택, 장 회장이 소유했던 서울 천호동 영림병원 등 5곳을 전격적으로 압수수색했다.
◇…박광배 검사와 수사관들은 2층 임원실과 총무국, 7층 회의실에 들어갔다. 이들은 회장실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를 압수하고 20여개의 통장 계좌번호를 적어 갔다. 총무국에서는 세입세출 명세서 등을 압수했다. 이날 압수한 물품을 담은 10개의 상자에는 ‘06 매출전표’ ‘장동익 회장 책상 위 서류 및 금고’ ‘장동익 회장 서랍내’ ‘상근부회장실’ ‘통장관리주의’ ‘보험부회장실’ 등의 딱지가 붙어 있었다. 또 컴퓨터 한 대는 통째로 들고 갔다. 한 수사관은 “30여명이 이곳뿐만 아니라 장 회장의 집과 병원에 갔다”고 말했다.
◇…압수수색이 진행되는 동안 의협 직원들은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서 있거나, 검찰의 요구에 맞춰 관련 서류들을 내줬다. 회장 비서실 직원들 역시 놀란 표정으로 압수수색을 지켜봤다. 오윤수 의협 홍보실장은 “협회 창립 99년 만에 처음으로 압수수색을 당했다”며 “부끄러운 심정”이라고 밝혔다. 또 이름 밝히길 꺼리는 한 직원은 “의사협회에서 일한다는 말을 못할 정도로 수치스럽다”고 말했다.
◇…오후 2시께 검찰이 압수수색을 끝내고 돌아가자, 의협은 장 회장 명의로 ‘국민 여러분께’라는 제목의 사과문을 발표했다. 장 회장은 사과문에서 “저의 경솔한 언행으로 인하여 결과적으로 정치권에 심각한 명예훼손을 입히고 국민 여러분께 커다란 실망을 안겨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드리며 뼈아프게 반성한다”고 밝혔다.
◇…보건의료노조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날 국회와 의사협회의 뒷거래 의혹을 일제히 성토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성명을 내 “돈이 있으면 원하는 법이 만들어지고, 돈 없고 힘 없는 사람들의 입법 요구는 외면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의료를 돈벌이로 만드는 의료법 개정안도 결국 이렇게 만들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장 회장은 의협의 신뢰를 바닥으로 떨어뜨렸다”며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이정훈 김양중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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