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실험은 종종 ‘폭탄’이 된다. 화학자들은 생명을 잃거나 세상을 바꿀 신물질을 발견하기도 한다.
백아무개(17·서울 성북구·고1)군은 지난 25일 저녁 7시20분께 집에서 간단한 실험도구를 갖추고 화학실험에 들어갔다. 플라스틱병에 유리실험관 등 보잘 것 없는 도구들이었지만 호기심만은 노벨상감이었다. 조심스럽게 인과 과염소산칼륨을 섞었다. 순간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백군은 뒤로 나가 떨어졌다. 백군은 얼굴과 배 등에 전신 3도 화상을 입었고, 실험을 하던 방은 물론 거실까지 불탔다.
인은 발화성이 강하고, 과염소산칼륨은 반응성이 강한 물질이다. 진정일 고려대 화학과 교수는 “서로 결합하기 좋아하는 물질이라 적당량을 섞고 마찰 등을 하게 되면 격렬하게 타오른다”며 “그 정도 폭발력이면 섞은 양이 맥주컵 하나 정도는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염소산칼륨은 위험물안전관리법에 따라 취급된다. 소방방재청 위험물안전팀 이봉원 소방경은 “화약이나 성냥의 원료가 되는 황린, 적린, 황화린은 위험물로 분류된다. 인과 과염소산칼륨은 분리해서 취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정 수량을 넘을 때는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소량을 구매할 때는 일반인도 구입할 수 있다.
백군의 담임교사는 “과학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이 많지만, 다른 과목들도 성적이 고른 편”이라며 “중학생 때 과학영재였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재 고등학교 화학교과과정에는 인과 과염소산칼륨을 섞는 ‘위험한 실험’은 없다. 성북소방서 화재조사 감식팀 조용택 주임은 “백군이 책이나 인터넷 등을 보고 이같은 실험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백군은 이번 실험으로 무엇을 발견했을까.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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