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뒤늦게 부산…상인들 보복 두려워 입조심
김승연(55) 한화그룹 회장이 직접 보복폭행을 주도했다는 의혹이 <한겨레>에 자세히 보도된 뒤 서울경찰청은 27일 긴급 간부회의를 열어 수사 대책 마련에 나서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또 폭행 현장인 ㅅ클럽 주변 주민들은 비로소 폭행사건 등장인물들의 행적에 대해 조금씩 입을 열었다.
◇…김 회장의 보복폭행으로 심하게 다쳐 병원에서 통원치료를 받은 ㅅ클럽 종업원 2명 가운데 더 많이 다친 사람이 사건 뒤 잠적해 그의 행방 및 잠적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변에서는 기자들을 피하기 위한 ‘잠시 잠수설’과 ‘한화 쪽의 회유설’이 함께 나돌고 있다.
ㅅ클럽이 있는 서울 북창동 주변 상인들 사이에서는 김 회장 아들의 평소 술버릇도 입길에 오르고 있다. 한 가게 주인은 “김 회장 아들이 평소 북창동 출입이 잦았고, 술집이란 술집은 다 다녔다”며 “술집 종업원들 사이에서도 매너가 안 좋기로 유명했다”고 귀띔했다.
◇…사건이 일어난 ㅅ클럽 주변 상인들은 사건의 진상이 알려진 이날도 “아무것도 모르고, 소문도 못 들었다”며 이 사건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그러나 일부 상인들은 “사실 이 동네 사람들은 다 아는 이야기”라거나 “사람들이 이상할 정도로 얘기를 안 한다”며 상반되는 말을 했다. 그러면서도 모두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간곡히 당부하는 등 조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 가게 주인은 “며칠 전 한화그룹 사람 30여명이 나타나 동네를 훑고 지나갔다”며 “이 지역은 한화그룹 직원들이 많이 찾는 곳이어서, 지역 상인들도 그쪽에 잘 못 보이고 싶지 않은 게 당연한 일이 아니냐”고 말했다.
◇…서울경찰청은 이날 오전 8시30분 간부회의를 연 뒤 2시간 만에 다시 간부회의를 여는 등 부산한 움직임을 보였다. 오전 10시30분부터 열린 두번째 회의에서는 수사팀을 현행 두 팀에서 네 팀으로 확대하는 방침이 결정됐다. 서울경찰청은 회의가 끝난 직후 브리핑을 열어 수사팀 보강 사실을 알리는 등 적극적으로 수사를 펼치고 있음을 알리느라 애쓰는 모습도 보였다.
주상용 경찰청 수사국장은 이날 오후 5시께 기자들과 만나 “강희락 경찰청 차장이 이날 오후 서울경찰청 수사부장으로부터 이번 사건에 대해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강 차장은 보고를 받은 뒤 “국민적 관심이 지대하니 원칙대로 철저히 수사해 한 점의 의혹도 없게 하라”고 지시했다고 주 국장은 전했다. 김남일 박주희 기자, 정옥재 수습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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