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집의 전설 ‘덕수제과’ 대잇는 이광석 교수
빵집의 전설 ‘덕수제과’ 대잇는 이광석 교수
부친 이봉수씨 창업 ‘광화문 명물’
경희대 강의 맡으며 1995년 폐업
학교기업 ‘베이커리 경희’로 부활 이광석(54) 경희대 교수(조리과학과)는 요즘 부풀어 오르기 전, 오븐 속 빵같은 기분이다. 30일 오후 서울 남대문시장으로 가는 발걸음에는 케잌 달콤함이 묻었난다. 경희대 제2호 학교기업 ‘베이커리 경희’ 사장. 이 교수의 새 직함이다. 남대문시장에서는 이 사장의 부인인 장영미(49)씨가 제빵용 그릇들을 고르고 있다. 이 사장의 아버지는 1960~80년대 서울 광화문 빵집의 전설인 ‘덕수제과’를 연 이봉수(83)씨다. 덕수제과는 당시 사람들의 ‘만남의 광장’이자 김종익 제과명장 등 ‘빵의 달인’들이 거쳐간 제과점의 절대강자였지만, 지난 95년 문을 닫았다. 이 사장의 아버지는 일제시대 때 사탕 만드는 기술자였다. 어깨 너머로 제과제빵 기술을 배운 뒤, 6·25 전쟁 때 거제대 포로수용소 앞에 작은 빵집을 차렸다. 미군들이 자주 찾았는데, 하루는 미군 한 명이 케잌 그림을 보여주면서 만들어 줄 수 있냐고 물었단다. “아버지는 케?揚? 한 번도 만들어 본 적이 없으셨는데, 그저 그림만 보고 그대로 만들어 드려답니다.” 그가 지닌 제빵기술의 반쯤은 결국 아버지의 몫이었던 셈이다. 이 사장은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했다. 졸업 뒤 아버지의 제과점 일을 돕다가 제과점 경영공부를 위해 미국으로 갔다. 유학에서 돌아온 그는 아버지 대신 덕수제과를 운영하다, 89년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경희대에 개설된 제과제빵 강의를 맡는다. “95년 교수 일이 점점 많아지면서 가족회의를 열어 덕수제과를 닫았습니다.” 그런 탓에 이 사장에게 ‘베이커리 경희’는 덕수제과의 ‘부활’이다. 그가 가장 만들기 어렵다고 꼽은 것은 식빵. 뜻밖이었다. “케잌처럼 생크림이나 초콜릿같은 다른 첨가물이 없어 빵 자체의 맛으로만 승부를 내야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일년 열두달 똑같은 맛으로 만들려해도 못 만드는게 식빵”이라며 웃었다. 1일 경희대 호텔관광대 옆에 80평 규모로 문을 여는 ‘베이커리 경희’는 호밀빵, 사과파이 등 100여종의 제품을 판매하며, 앞으로는 한방재료를 이용한 웰빙제품도 내놓을 계획이다.
“오늘 아침에도 아버님에게 혼났습니다. 빵 이렇게 만들지 말라고 하시더라구요. 아버님에 비하면 아직 멀었죠.”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경희대 강의 맡으며 1995년 폐업
학교기업 ‘베이커리 경희’로 부활 이광석(54) 경희대 교수(조리과학과)는 요즘 부풀어 오르기 전, 오븐 속 빵같은 기분이다. 30일 오후 서울 남대문시장으로 가는 발걸음에는 케잌 달콤함이 묻었난다. 경희대 제2호 학교기업 ‘베이커리 경희’ 사장. 이 교수의 새 직함이다. 남대문시장에서는 이 사장의 부인인 장영미(49)씨가 제빵용 그릇들을 고르고 있다. 이 사장의 아버지는 1960~80년대 서울 광화문 빵집의 전설인 ‘덕수제과’를 연 이봉수(83)씨다. 덕수제과는 당시 사람들의 ‘만남의 광장’이자 김종익 제과명장 등 ‘빵의 달인’들이 거쳐간 제과점의 절대강자였지만, 지난 95년 문을 닫았다. 이 사장의 아버지는 일제시대 때 사탕 만드는 기술자였다. 어깨 너머로 제과제빵 기술을 배운 뒤, 6·25 전쟁 때 거제대 포로수용소 앞에 작은 빵집을 차렸다. 미군들이 자주 찾았는데, 하루는 미군 한 명이 케잌 그림을 보여주면서 만들어 줄 수 있냐고 물었단다. “아버지는 케?揚? 한 번도 만들어 본 적이 없으셨는데, 그저 그림만 보고 그대로 만들어 드려답니다.” 그가 지닌 제빵기술의 반쯤은 결국 아버지의 몫이었던 셈이다. 이 사장은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했다. 졸업 뒤 아버지의 제과점 일을 돕다가 제과점 경영공부를 위해 미국으로 갔다. 유학에서 돌아온 그는 아버지 대신 덕수제과를 운영하다, 89년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경희대에 개설된 제과제빵 강의를 맡는다. “95년 교수 일이 점점 많아지면서 가족회의를 열어 덕수제과를 닫았습니다.” 그런 탓에 이 사장에게 ‘베이커리 경희’는 덕수제과의 ‘부활’이다. 그가 가장 만들기 어렵다고 꼽은 것은 식빵. 뜻밖이었다. “케잌처럼 생크림이나 초콜릿같은 다른 첨가물이 없어 빵 자체의 맛으로만 승부를 내야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일년 열두달 똑같은 맛으로 만들려해도 못 만드는게 식빵”이라며 웃었다. 1일 경희대 호텔관광대 옆에 80평 규모로 문을 여는 ‘베이커리 경희’는 호밀빵, 사과파이 등 100여종의 제품을 판매하며, 앞으로는 한방재료를 이용한 웰빙제품도 내놓을 계획이다.
“오늘 아침에도 아버님에게 혼났습니다. 빵 이렇게 만들지 말라고 하시더라구요. 아버님에 비하면 아직 멀었죠.”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