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둘째아들이 30일 인천공항으로 입국해 공항경찰과 한화 직원, 취재진 등에 둘러싸인 채 공항을 빠져나가고 있다. 인천/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갈수록 짙어가는 은폐수사 의혹] 재벌회장 연루 사안…설득력 잃어
경찰 “대책회의감” 검찰 “경찰청장 보고 누락 상식밖”
최기문 전 청장 전화문의 싸고도 ‘전관예우’ 없었나 서울경찰청은 30일 김승연(55)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에 대한 첩보보고가 홍영기 서울경찰청장에게 어떻게 보고되고 처리됐는지에 대해 30일 공식 입장을 밝혔다. 서울경찰청이 이날 내놓은 ‘한화 회장 범죄 첩보 처리 관련 해명자료’는 “3월26일 서울경찰청 형사과장이 서울경찰청장에게 일상적인 ‘전일 주요 범죄사건’ 보고와 함께 이 첩보 내용을 구두로 간단히 보고했다”며 “서울경찰청장도 형사과장으로부터 간단한 구두 보고를 받고 ‘사실 여부를 정확히 확인하라’고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후 경찰의 행보를 보면 이런 해명을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사실 여부를 정확히 확인하라는 서울경찰청장의 지시는 지켜지지 않았다. 오히려 수사는 한달 가까이 지지부진했다. 한달여 뒤 언론 보도가 터져나오고서야 경찰은 수사에 속도를 냈다. 경찰은 치밀한 수사를 위해 한달 동안 내사를 벌였다고 주장하지만, 복잡한 사건도 아닌 폭력 사건에 대해 관계자들 탐문만 하고 다녔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이런 공식 해명에 앞서 한기민 서울경찰청 형사과장은 29일 “3월26일은 한-미 자유무역협정 반대 시위가 크게 벌어진 날이라 서울경찰청장도 (보고 내용을) 제대로 기억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날은 실제 한-미 자유무역협정 장관급 협상이 열렸다. 하지만 협상장인 서울 하얏트호텔 앞에서 기자회견이 있었고, 오후에 150여명이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에서 작은 집회를 열었을 뿐이다. 전날인 3월25일 7500여명이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모인 집회에 비하면 매우 작은 규모다. 한 과장의 설명 역시 받아들이기 어렵다. 실제 정보업무에 오래 종사한 한 중견 경찰관은 “이런 정도의 사안이면 첩보가 올라가는 즉시, 서울경찰청장 주재로 차장, 수사·정보부장 등이 회의를 해 대책을 논의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추측했다. 검찰에서 범죄 첩보 관련 업무를 하는 한 관계자도 “이런 첩보가 경찰청장에게까지 올라가지 않았다는 주장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주목되는 건 한화건설 고문인 최기문 전 경찰청장이 보복폭행 사건이 벌어진 지 불과 2~3일 만에 고교 후배인 남대문경찰서장에게 전화를 걸어 ‘한화 관련 폭행사건’에 대해 물었다는 대목이다. 이 당시에 이미 어떤 식으로든 경찰이 움직이고 있었고, 이를 파악한 한화 쪽에서 조직적으로 나섰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실이다. 또 최 전 경찰청장이 과연 서장에게만 ‘문의 전화’를 했겠느냐는 의문도 나오고 있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 달라는 한 경찰 간부는 “올해 초 한화 고문으로 간 최 전 청장에 대한 경찰의 전관예우가 이번 일을 이처럼 크게 키웠다고 해석하는 시각이 많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한겨레 관련기사 모음 ▶[진술의 재구성] “내가 당신 때린 것 맞아?” “회장님 진실을 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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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문 전 청장 전화문의 싸고도 ‘전관예우’ 없었나 서울경찰청은 30일 김승연(55)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에 대한 첩보보고가 홍영기 서울경찰청장에게 어떻게 보고되고 처리됐는지에 대해 30일 공식 입장을 밝혔다. 서울경찰청이 이날 내놓은 ‘한화 회장 범죄 첩보 처리 관련 해명자료’는 “3월26일 서울경찰청 형사과장이 서울경찰청장에게 일상적인 ‘전일 주요 범죄사건’ 보고와 함께 이 첩보 내용을 구두로 간단히 보고했다”며 “서울경찰청장도 형사과장으로부터 간단한 구두 보고를 받고 ‘사실 여부를 정확히 확인하라’고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후 경찰의 행보를 보면 이런 해명을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사실 여부를 정확히 확인하라는 서울경찰청장의 지시는 지켜지지 않았다. 오히려 수사는 한달 가까이 지지부진했다. 한달여 뒤 언론 보도가 터져나오고서야 경찰은 수사에 속도를 냈다. 경찰은 치밀한 수사를 위해 한달 동안 내사를 벌였다고 주장하지만, 복잡한 사건도 아닌 폭력 사건에 대해 관계자들 탐문만 하고 다녔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이런 공식 해명에 앞서 한기민 서울경찰청 형사과장은 29일 “3월26일은 한-미 자유무역협정 반대 시위가 크게 벌어진 날이라 서울경찰청장도 (보고 내용을) 제대로 기억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날은 실제 한-미 자유무역협정 장관급 협상이 열렸다. 하지만 협상장인 서울 하얏트호텔 앞에서 기자회견이 있었고, 오후에 150여명이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에서 작은 집회를 열었을 뿐이다. 전날인 3월25일 7500여명이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모인 집회에 비하면 매우 작은 규모다. 한 과장의 설명 역시 받아들이기 어렵다. 실제 정보업무에 오래 종사한 한 중견 경찰관은 “이런 정도의 사안이면 첩보가 올라가는 즉시, 서울경찰청장 주재로 차장, 수사·정보부장 등이 회의를 해 대책을 논의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추측했다. 검찰에서 범죄 첩보 관련 업무를 하는 한 관계자도 “이런 첩보가 경찰청장에게까지 올라가지 않았다는 주장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주목되는 건 한화건설 고문인 최기문 전 경찰청장이 보복폭행 사건이 벌어진 지 불과 2~3일 만에 고교 후배인 남대문경찰서장에게 전화를 걸어 ‘한화 관련 폭행사건’에 대해 물었다는 대목이다. 이 당시에 이미 어떤 식으로든 경찰이 움직이고 있었고, 이를 파악한 한화 쪽에서 조직적으로 나섰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실이다. 또 최 전 경찰청장이 과연 서장에게만 ‘문의 전화’를 했겠느냐는 의문도 나오고 있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 달라는 한 경찰 간부는 “올해 초 한화 고문으로 간 최 전 청장에 대한 경찰의 전관예우가 이번 일을 이처럼 크게 키웠다고 해석하는 시각이 많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한겨레 관련기사 모음 ▶[진술의 재구성] “내가 당신 때린 것 맞아?” “회장님 진실을 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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