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압수수색 애초부터 `기대 난망'
김승연 회장의 가회동 자택에 대해 1일 실시된 압수수색은 경찰 스스로 `기대에 못 미쳤다'고 자평할 정도로 큰 소득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경찰이 늑장 수사로 압수수색의 실효성을 스스로 떨어뜨렸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은 이날 오후 실시한 압수수색에서 김 회장의 체육복, 운동화, 단풍나무 가지, 씨앗 등을 확보했지만 스스로 밝혔듯 이런 증거물들을 통해 김 회장의 동선을 파악하고 폭행 가담 여부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또 휴대전화 발신자 추적과 함께 김 회장의 동선 파악에 열쇠가 될 것으로 기대했던 차량 GPS 조사에서도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경찰이 보복폭력 사건을 최초 인지한 후 발 빠르게 수사에 착수하지 않아 김 회장측이 방어막을 구축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제공, 물적 증거 확보 등을 확보하기 힘든 상황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경찰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오모 경위는 지난 3월 26일 김 회장이 술집에서 폭행당한 아들을 위해 보복폭력을 행사했다는 첩보보고서를 작성해 지휘계통을 거쳐 서울경찰청 형사과장의 결제를 받았다.
지금까지 수사결과 확인된 바와 같은 시간, 장소, 사건 관련자가 명시된 상당히 구체적인 내용이 담긴 첩보보고서였음에도 불구하고 서울경찰청은 `미확인 첩보'란 이유로 수사역량을 집중할 수 있는 광역수사대를 배제한 채 행정구역상의 관할인 남대문서에 사건을 하달해 수사를 원점으로 돌렸다.
남대문서도 이 사건에 두 개 강력팀만을 전담팀으로 두고 언론의 첫 보도가 나온 4월 24일까지 `내사'란 이름으로 수사를 벌였지만 큰 진척을 이루지 못했다.
경찰의 수사가 이처럼 지지부진한 동안 `조폭간 전쟁'을 방불케 할 정도로 요란스럽게 진행된 북창동 S클럽 보복폭력 사건은 목격자들의 입을 통해 세간에 알려지기 시작했고 이 소문은 한화그룹에까지 흘러들어갔다.
1996년 여주지청장 시절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아가동산 사건'을 수사했던 실력파 검사 출신인 채정석 법무실장 등의 변호인을 둬 검ㆍ경의 수사 관행을 훤히 읽고 있는 김 회장측은 이 때부터 언론보도가 가능할 것이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채 만반의 대비를 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언론보도로 보복폭행 사건의 파문이 확산되자 당초 범죄첩보를 올린 광역수사대 형사들을 다시 투입하는 등 수사진을 기존 12명에서 44명으로 대폭 확대했지만 이미 화려한 변호진의 도움을 받아 만반의 대비를 마친 김 회장의 `방패'를 뚫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사전 구속영장 신청이라는 수사의 마지막 고비를 앞두고 고전하고 있는 경찰이 향후 김 회장의 두터운 `방패'를 어떻게 뚫고 수사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걱정된다는 의견이 많다.
차대운 기자 setuzi@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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