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돈 농민 5천여명이 9일 오후 경기도 과천 정부청사 앞에서 미국산 돼지 수입에 반대하는 ‘한-미 에프티에이 반대 전국 양돈인 총궐기대회’를 열고 있다. 과천/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FTA 비준반대’ 거리로 나선 양돈 농가
미국산 돼지 1마리에 100달러
가격경쟁 계란으로 바위치기 “평생 돼지 키워서 먹고살았는데 이젠 어떻게 사나….” 흐린 하늘만큼이나 농민들의 얼굴도 어두웠다. 9일 오후 과천 정부청사 앞마당에 모인 전국 양돈 농민 5천여명은 “한-미 에프티에이(FTA) 비준 반대”를 한목소리로 외쳤다. 양돈 농민들은 요즘 소외감과 의욕 상실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경북 청도에서 돼지 2천 마리를 키우는 이병규(50)씨는 “정부가 돼지는 방치해 버린 것 같아. 이제 치워야 되노, 우째야 되노”라며 한숨지었다. 전남 나주에서 올라온 나권만(48)씨는 “농장을 계속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며 “의욕을 잃고 농장을 그만두는 농민들이 많다”고 말했다. 긴급수입제한 냉장육 해당
수입 95% 냉동육…도움안돼 양돈 농가가 시름에 빠진 이유는 무엇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인한 불안감 때문이다. 이씨는 “한 마리에 100달러(약 9만3천원) 정도밖에 안 되는 미국 돼지고기가 물밀듯 들어오면 경쟁이 되겠나. 미국산 쇠고기도 값이 싸서 국산 돼지는 경쟁이 안 된다.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나씨는 “양돈협회 나주지부 회원 농가 68곳 중 10곳 가량이 폐업을 준비하고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이미 돼지고기 수입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1월 2만4025t이던 수입량은 올 3월 3만2294t톤으로 34% 늘었다. 3월 수입물량 가운데 미국산은 9231t으로 30% 가까이 차지한다. 미국산 돼지 값은 국산의 30~40% 수준이다. 국산 돼지고기보다 1㎏당 1만원 가량 싼 미국산 쇠고기도 커다란 위협 요소다. 농민들은 정부가 보호막이라고 내세우는 수입제한조처도 전혀 도움이 못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농산물 특별긴급수입제한 조처는 냉장육에만 해당되는데, 냉장육 수입 비율은 4.80%(2006년)에 지나지 않고, 나머지는 모두 ‘긴급수입제한’을 할 수 없는 냉동육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나주 농가 15% 폐업 준비
값 폭락 걱정에 잠도 안와 돼지 값 폭락에 대한 우려도 컸다. 계절적 요인으로 가격 변동이 심한 돼지는 수요가 많은 5~6월에 값이 가장 좋았다가 9월부터 떨어지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올해는 5월에도 값이 떨어지는 추세다. 농협이 집계하는 5월 현재 산지의 돼지(약 100㎏) 한 마리 값(전국 평균)은 22만1천원으로 지난해 5월보다 24% 내렸다. 나씨는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되면 돼지 값이 폭락할까 걱정돼 잠도 안 온다”고 말했다. 연단에 오른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이 “씻어도 씻어도 지워지지 않는 냄새 때문에 고생하면서 힘들게 키워오신 거 잘 압니다. 위기가 닥쳐왔지만 그래도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투쟁합시다”라고 외치자, 힘없이 쪼그려 앉은 한 늙은 농부는 소매를 들어 눈물을 훔쳤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가격경쟁 계란으로 바위치기 “평생 돼지 키워서 먹고살았는데 이젠 어떻게 사나….” 흐린 하늘만큼이나 농민들의 얼굴도 어두웠다. 9일 오후 과천 정부청사 앞마당에 모인 전국 양돈 농민 5천여명은 “한-미 에프티에이(FTA) 비준 반대”를 한목소리로 외쳤다. 양돈 농민들은 요즘 소외감과 의욕 상실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경북 청도에서 돼지 2천 마리를 키우는 이병규(50)씨는 “정부가 돼지는 방치해 버린 것 같아. 이제 치워야 되노, 우째야 되노”라며 한숨지었다. 전남 나주에서 올라온 나권만(48)씨는 “농장을 계속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며 “의욕을 잃고 농장을 그만두는 농민들이 많다”고 말했다. 긴급수입제한 냉장육 해당
수입 95% 냉동육…도움안돼 양돈 농가가 시름에 빠진 이유는 무엇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인한 불안감 때문이다. 이씨는 “한 마리에 100달러(약 9만3천원) 정도밖에 안 되는 미국 돼지고기가 물밀듯 들어오면 경쟁이 되겠나. 미국산 쇠고기도 값이 싸서 국산 돼지는 경쟁이 안 된다.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나씨는 “양돈협회 나주지부 회원 농가 68곳 중 10곳 가량이 폐업을 준비하고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이미 돼지고기 수입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1월 2만4025t이던 수입량은 올 3월 3만2294t톤으로 34% 늘었다. 3월 수입물량 가운데 미국산은 9231t으로 30% 가까이 차지한다. 미국산 돼지 값은 국산의 30~40% 수준이다. 국산 돼지고기보다 1㎏당 1만원 가량 싼 미국산 쇠고기도 커다란 위협 요소다. 농민들은 정부가 보호막이라고 내세우는 수입제한조처도 전혀 도움이 못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농산물 특별긴급수입제한 조처는 냉장육에만 해당되는데, 냉장육 수입 비율은 4.80%(2006년)에 지나지 않고, 나머지는 모두 ‘긴급수입제한’을 할 수 없는 냉동육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돼지 산지·삼겹살 소매 값 추이
값 폭락 걱정에 잠도 안와 돼지 값 폭락에 대한 우려도 컸다. 계절적 요인으로 가격 변동이 심한 돼지는 수요가 많은 5~6월에 값이 가장 좋았다가 9월부터 떨어지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올해는 5월에도 값이 떨어지는 추세다. 농협이 집계하는 5월 현재 산지의 돼지(약 100㎏) 한 마리 값(전국 평균)은 22만1천원으로 지난해 5월보다 24% 내렸다. 나씨는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되면 돼지 값이 폭락할까 걱정돼 잠도 안 온다”고 말했다. 연단에 오른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이 “씻어도 씻어도 지워지지 않는 냄새 때문에 고생하면서 힘들게 키워오신 거 잘 압니다. 위기가 닥쳐왔지만 그래도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투쟁합시다”라고 외치자, 힘없이 쪼그려 앉은 한 늙은 농부는 소매를 들어 눈물을 훔쳤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