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 명예훼손 포털 책임’ 판결 파장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책임성을 강조하는 법원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지난해 9월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이 네이버를 상대로 낸 명예훼손 소송에서 “기사의 사실 유무를 확인할 책임이 포털에도 있다”고 판결한 바 있다. 18일 서울중앙지법의 판결은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포털을 통한 검색이나 댓글 등을 통해 기사가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한 책임까지 물었다.
이에 대해 이경률 엔에이치엔 홍보과장은 “언론사의 기사가 포털에 그대로 옮겨졌을 때 그와 관련된 책임에 대해서는 좀더 많은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며 “뉴스를 통해 포털 안에서 생산된 댓글에 대해서는 자체 모니터링 및 이용자 신고 기능 강화 등으로 선의의 피해자가 없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승진 다음커뮤니케이션 홍보담당은 “판결문을 검토한 뒤 항소 등 적극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지금까지 사실상 ‘방치’됐던 언론으로서의 포털 사이트 규제 문제가 주목받고 있다. 지금까지 포털 사이트는 신문법상의 정기간행물도, 인터넷 신문도 아니어서 규제할 틀이 사실상 없었다.
이에 대해 김기태 세명대 교수(미디어문학부)는 “포털이 언론사에서 제공받은 뉴스를 취사선택해 배치하는 등 ‘게이트 키핑’을 하는 만큼 사실상 언론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민경배 경희사이버대 교수(엔지오학과)는 “조만간 언론사 기사와 블로거가 생산한 정보가 뒤섞여 보도되는 새로운 언론 환경이 올 것”이라며 “새로운 뉴미디어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 선거가 일곱 달 앞으로 다가온 만큼 국회에서도 포털 사이트 규제에 대한 논의가 점화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포털 사이트와 관련해 20여 가지 법안이 제출된 데 이어, 지난 15일에는 진수희 한나라당 의원 주최로 ‘검색서비스 사업자법(포털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도 열렸다. 이날 제안된 법안은 △인위적인 검색 결과 배치 △명예훼손 △정보와 광고의 혼동 등 포털 사이트의 여러 문제점들을 다루고 있다.
현재 공정위원회와 통신위원회로부터 불공정 행위 조사를 받고 있는 포털 회사들을 법적으로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전방위로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이정훈 하어영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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