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욕했냐” 반친구 2시간 주먹질…속옷 벗게해 촬영도
대구시내 중학교에 다니는 김아무개(12·1년)양 등 여중생 3명은 지난 4월 17일 학교 수업이 끝난 뒤 오후 4시쯤 같은 반 친구 이아무개(12)양을 학교앞 육교밑으로 끌고갔다. 이들은 “이틀전 인터넷으로 채팅을 하면서 왜 욕설을 했느냐”며 이양에게 2시간 동안 주먹과 발길질을 해댔다. 이어 육교밑 큰길에서 이양을 “죽이겠다”고 윽박지른 뒤 앵벌이를 시켰다. 협박에 못 이긴 이양은 지나가는 행인들을 붙잡고 “멀리서 왔는데 차비가 떨어졌다”며 1시간 동안 4천원을 구걸해 김양 등에게 건네줬다. 이들은 한술 더 떠 이양의 머리에 검정 비닐봉지를 씌우고 “멍멍”소리를 지르게 한 뒤 개처럼 골목길을 기어다니도록 했다 . 또 이양의 교복 윗도리를 벗기려다 실패하자 겁에 질린 이양에게 스스로 속옷을 벗도록 한 뒤 이 장면을 휴대폰 동영상으로 촬영했다. 김양 등은 촬영장면을 이양에게 보여주며 “만약 부모와 학교 선생님에게 알리면 동영상을 공개하고 죽여버리겠다”는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대구서부경찰서는 “학교에서 이런 사실을 알았지만 이들의 학반을 서로 바꾸는 조치만 했을 뿐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부경찰서 송현철 여성청소년계장은 “이들이 텔레비전에서 본 폭력장면을 그대로 따라했으며 반성의 기미도 보이지 않고 자신들의 행동이 큰 범죄에 해당된다는 사실조차도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만 14살이 되지 않아 형사미성년자인 김양 등을 소년법에 따라 대구가정법원 소년부로 넘기기로 했다. 소년법에는 만12살∼13살 청소년들이 죄를 지으면 아동복지시설 위탁수용, 보호관찰의뢰, 소녀원 송치 등의 처벌을 내릴 수 있도록 돼 있다.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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