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문 전 경찰청장
노무현정부 첫 경찰청장, <경찰의 길을 묻는다(험블리스 오블리주)> 책 내기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보복폭행 사건 수사에 대한 경찰청의 감찰조사 결과는 올해 초 한화그룹 고문으로 영입된 최기문(55) 전 경찰청장이 사실상 한화 쪽의 ‘핵심 로비스트’였음을 여실히 드러냈다.
최 전 청장은 김 회장이 서울 북창동 ㅅ클럽 종업원들을 폭행한 지 나흘이 지난 3월12일 홍영기 서울경찰청장에게 “저녁을 먹자”고 제안했다. 같은날 고교 후배인 장희곤 남대문경찰서장에게도 전화를 걸어 수사 여부를 문의했다. 또 이튿날 홍 청장과 통화를 하고, 이틀 뒤인 15일 서울 강남의 일식집에서 홍 청장과 일선 경찰서장 등 5명과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
최 전 청장은 한기민 서울경찰청 형사과장에게도 직접 두 차례 전화해 “사건이 접수되면 잘 처리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대해 한 과장은 “내 권한 밖이니 서울경찰청 수사부장이나 서울경찰청장에게 전화하라”고 답변했다는 게 감찰조사 결과다.
최 전 청장은 서울경찰청 정보관리부장, 경찰청 기획정보심의관 등 경찰 정보 분야를 두루 거쳤고, 2003년 노무현 정부의 첫 경찰청장으로 임명됐다. 최 전 청장은 지난해 <경찰의 길을 묻는다(험블리스 오블리주)>라는 제목의 책을 내기도 했다. 그는 “다만 몇㎝만이라도 우리 경찰을 진전시키자”는 생각에 책을 냈다고 밝혔지만, 재벌 총수를 위해 후배들에게 로비를 벌인 그의 행적은 경찰을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최 전 청장은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뒤로 집에도 잘 나타나지 않는 등 언론 접촉을 극도로 피하고 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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