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할법원 변경 이어 “에버랜드 최종판결 때까지 연기” 요청
지난 1996년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 때 실권한 제일모직의 소액주주들이 이건희 회장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이 11개월 동안 준비절차만 밟다 삼성 쪽 변호인단의 요청으로 최근 다른 법원으로 이송됐다. 이에 따라 이번 소송도 에버랜드 사건처럼 재판 진행이 미뤄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 쪽 변호인단은 에버랜드 사건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재판 진행을 늦춰달라는 의견서도 냈다.
제일모직을 대리하고 있는 김앤장 합동법률사무소는 지난해 10월 대구지법 민사15부(재판장 김성엽)에 준비서면을 내 “제일모직의 본점은 구미에 있으므로 이 소송의 관할법원은 대구지법이 아닌 김천지원”이라고 주장했다. 소액주주 쪽 변호인단은 “법조문을 보면 관할 법원에 지원은 포함되지 않는다”며 이송에 반대했지만, 재판부는 지난 2월 말 이송을 결정했다. 앞서 이 재판부는 지난해 4월 초 소장이 접수된 뒤 단 한차례도 변론을 열지 않고 준비서면만 받았다.
김앤장은 또 새로 재판을 맡게 된 대구지법 김천지원 민사부(재판장 강동명)에 지난 4월 말 “에버랜드 사건 판결이 최종 확정될 때까지 재판 진행을 연기해 달라”는 내용의 준비서면을 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29일 예정된 에버랜드 항소심 선고를 지켜본 뒤 삼성 쪽 의견을 받아들일지 검토할 계획이다.
법원의 이런 조처를 두고 형사재판과 관련이 있는 민사소송도 별도의 심리를 통해 결론을 내야 한다는 원칙에 안 맞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용훈 대법원장도 지난해 “민사재판에서 당사자를 불러 사실을 확인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 왜 민사재판 결론이 수사기관 조사에 의해 결론나는가”라고 말한 바 있다. 이후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11월 김진환 전 서울지검장이 “삼성그룹으로부터 떡값을 받았다는 허위사실을 퍼뜨렸다”며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관련 고소사건 수사가 끝나기 전에 노 의원에게 3천만원의 배상 판결을 내렸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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