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기존 판례 바꿔…“임대차보호법, 서민 주거안정 보장해야”
등기가 안된 집에 사는 가난한 세입자에게도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우선변제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첫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전수안 대법관)는 21일 세입자 전아무개(39)씨와 엄아무개(37)씨가 중소기업은행을 상대로 낸 배당이의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전원 일치 의견으로 확정했다. 이에 따라 전씨 등은 대지 경락대금 1억3백만원 가운데 임대차 보증금인 3500만원과 3300만원을 각각 우선 변제받게 됐다. ‘우선변제권’이란 채무자한테서 받은 담보에 대해 다른 채권자에 앞서 자기의 채권을 먼저 변제받을 권리를 말한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은 국민 주거생활의 안정을 보장하는 것이 목적이므로, 주택으로 사용되는 건물에 아직 등기가 이뤄지지 않았어도 이 법의 적용 대상이 된다”며 “따라서 확정일자를 갖춘 소액 임차인도 빌린 집과 땅이 함께 경매될 때는 물론 땅만 경매될 때도 낙찰된 돈(환가대금)에 우선변제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특히 “등기가 안된 건물은 땅 경매 신청인이 임차인이 있는지를 알 수 없으므로 임차인의 우선변제권을 보장할 수 없다”는 판례를 바꿔 이렇게 판결했다.
전씨 등은 지난 1997년 경기도 광주에 있는 임아무개씨의 미등기 다세대주택에 확정일자까지 받아 입주했지만, 임씨의 땅을 담보로 2억4천만원을 빌려준 중소기업은행이 땅을 경매에 부쳐 1억3백만원의 낙찰대금 모두를 배당받자 지난 2002년 3월 소송을 냈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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