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조희대)는 28일 사업성이 낮다는 전문기관의 분석을 무시한 채 러시아 사할린 유전사업에 참여했다가 철도공사(옛 철도청)에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의 배임)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김세호 전 건설교통부 차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았던 신광순 전 철도공사 사장에게도 무죄를 선고했으나 왕영용 전 철도공사 사업개발본부장에게는 1심대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한 뒤 법정 구속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김 전 차관이 왕씨로부터 유전 인수사업 보고를 받고 ‘추진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하라’는 원론적인 지시만 했을 뿐, 깊이 관여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왕씨가 거짓 보고를 반복하고, 김 전 차관으로부터 유전 사업과 관련해 한 건의 결재도 받은 사실이 없는 점 등에 비춰 김 전 차관이 사업 위험성을 제대로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신 전 이사장에 대해서도 “직무상 과실은 있지만 나중에 왕씨의 의견을 무시한 채 유전사업 중단 결정을 내린 점 등을 볼 때 왕씨와 함께 범행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왕씨는 사업성 검토도 없이 계약금 620만달러를 러시아에 송금해 철도공사에 손해를 끼친 점 등이 인정됐다.
검찰은 “사업개발본부장인 왕씨가 철도청장 및 차장 직위에 있었던 김 전 차관 및 신 전 사장을 속인 채 사업을 추진했다는 것은 기업의 의사결정 현실이나 사회 상규에 비춰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대법원 상고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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