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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한국인 13명, 체코인 3명 그리고 ‘카즈미.K’는…

등록 2007-07-02 08:00수정 2007-07-02 09:25

캄보디아 항공기 추락사고 현장에서 수습돼 헬리콥터로 호첸통 공군기지로 옮겨진 시신들이 지난 27일 구급차에 실려 근처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프놈펜/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캄보디아 항공기 추락사고 현장에서 수습돼 헬리콥터로 호첸통 공군기지로 옮겨진 시신들이 지난 27일 구급차에 실려 근처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프놈펜/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피엠티항공, 캄보디아 여객기 탑승객 22명으로 정정 발표한 까닭은

‘카즈미는 누구인가? 그녀는 어디에 있는가?’

지난달 25일 한국인 13명이 희생된 캄보디아 여객기 추락사고 직후 사고기 항공사인 피엠티 항공은 한국 정부에 17명의 탑승객 명단을 제공한다. 13명의 한국인, 3명의 체코인, 그리고 ‘카즈미. K’. 그러나 피엠티 항공이 탑승객은 16명이었다고 다시 알려왔다. 캄보디아인 5명과 러시아 조종사 1명을 합쳐 모두 23명이던 실종자는 곧 22명으로 정정 발표된다. 카즈미의 존재는 이 과정에서 밀림지대로 사라진 여객기처럼 어디론가 사라진다.

44살, 여자. 신현석 주캄보디아 대사는 한국인 실종자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면서도 ‘카즈미’의 존재를 머리에서 지울 수 없었다고 했다. 그녀가 재일동포일 가능성도 빼놓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신 대사는 일단 카즈미가 일본인일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에 주캄보디아 일본대사관에 카즈미의 신원확인을 요청한다. 하지만 일본대사관 쪽에선 사고발생 뒤 이틀이 지나도록 아무런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끝까지 신원확인 안되며 신원미상 주검으로 ‘혼란’

지난달 27일 오전 사고 여객기의 동체가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날 저녁 주검 22구가 프놈펜에 있는 ‘캄보디아-러시안 프렌드십 국립병원’ 영안실로 옮겨졌다. 신 대사는 사고현장에서 주검을 수습한 캄보디아군 책임자에게 “혹시 주검이 23구 아니었냐”고 물었다. 대답은 놀랍게도 “23구를 헬기로 병원에 보냈다”는 것이었다. 병원에 들어온 주검은 정확히 22구. 군 관계자의 말이 맞다면 주검 1구는 어디로 갔다는 것인가. 신 대사에게 캄보디아인 희생자 유족들이 찾아간 주검들이 떠올랐다고 했다. 날씨가 더운 탓에 서둘러 화장을 하는 캄보디아의 장례풍습. 막무가내로 찾아가는 주검에 혹시 한국인 시신이 포함될 수도 있다는 극도의 긴장감에 2시간 동안 악취 가득한 영안실에서 주검을 직접 확인한 신 대사였다. ‘혹시 캄보디아인들이 6구를 찾아가지 않았을까.’ 그러나, 이 의문은 캄보디아군 관계자의 ‘계산 착오’로 드러나면서 곧 풀린다. 하지만 카즈미는 여전히 물음표로 남아 있었다.

주검의 신원확인을 위해 한국에서 온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서중석 법의학부장 역시 머리가 아프기는 마찬가지였다고 했다. 12구의 주검은 한국인으로 확인됐지만, 심하게 훼손된 마지막 1구는 지난달 27일 밤이 깊어지도록 좀처럼 자신이 누구인지를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만약 이 주검이 ‘숨어 있던’ 카즈미라면 한국인 주검 1구는 어디론가 사라졌다는 말이 된다. 캄보디아인들이 찾아간 주검에 섞여 들어갔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다시 고개를 쳐들었다는 것이다.

이 주검이 한국인일 가능성은 90%. 서 부장과 신 대사는 신원확인이 안 된 마지막 희생자가 운영하던 인터넷 블로그에 접속했다. 희생자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열어본 서 부장은 머리 스타일, 몸매, 옷, 장신구까지 꼼꼼이 확인하고서야 이 주검이 한국인이라는 데 “95%의 확신”을 가졌다고 했다. 지난달 27일 밤 12시 신 대사는 유족들에게 주검 13구의 신원확인이 끝났다는 사실을 알린다.

알고보니 일본국적 의사, 어린이 환자 폭주해 비행기 안타

“90점이야.” 서 부장은 함께 온 국과수 직원에게 이번 신원확인 작업에 대한 총평을 하고는 ‘마지막 5%’를 채우기 위해 마지막 주검의 유전자 샘플을 가지고 지난달 28일 밤 서둘러 귀국한다. 서 부장은 이튿날 오전 유전자 검사결과를 신 대사에게 알려왔다. “100% 한국인.”

카즈미. 카즈미. 카즈미. 그녀는 재일동포인가? 아니, 그녀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신 대사는 리 툭 캄보디아 국가재난관리위원회 부위원장에게 카즈미의 출입국 기록을 요청했다. 외교통상부에 ‘일본 민단 쪽에 카즈미의 신원을 확인해 달라’는 보고를 띄우기 직전이었다. 캄보디아 정부는 지난달 28일 오전 카즈미가 현재 앙코르와트가 있는 시엠립의 아동병원 의사라고 알려왔다. 일본 국적. 그는 사고 여객기에 탑승할 계획이었지만, 갑자기 고열을 앓는 어린이 환자들이 폭주해 비행기를 타지 않았다고 했다. ‘사라졌던’ 카즈미가 살아서 돌아오는 순간이었다.

프놈펜(캄보디아)/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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