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폭행 외압 불거질때마다 ‘회피’
“한화쪽 인사 접촉 미리 밝혔으면…”
“한화쪽 인사 접촉 미리 밝혔으면…”
이택순 경찰청장이 2일 또다시 정례 브리핑에 불참했다. 전날까지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가 이날 아침 갑자기 일정을 바꿨다. 경찰청 홍보실은 “승진자 임명장 수여, 일일회의, 여경 창설 기념행사 등 일정이 바빠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 행사는 애초 브리핑과 함께 계획된 것이었다. 더구나 이날보다 일정이 더 빡빡한 날도 정례 브리핑은 열린 경우가 많다.
이 청장은 김승연(55)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폭행 수사에 대한 외압 의혹이 자신을 향할 때마다 공식 행사에 참석하지 않는 등 ‘회피 작전’으로 일관하고 있다. 고교 동창인 유시왕 한화증권 고문과 통화한 사실이 드러난 지난 5월 말부터 4주 동안 정례 브리핑을 취소했다. 최근 유 고문과 골프를 친 사실이 드러나자 또 모습을 감춘 것이다.
이 청장은 그동안 자신과 관련한 의혹에 대해 명확하게 해명하지 않다가, 유 고문과의 전화 통화, 문자메시지 교환 등 새로운 사실이 불거진 뒤에야 마지못해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때마다 “본 건(보복폭행 사건 수사)과 관련해서는 한화 쪽 관계자들을 만난 사실이 없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급기야 유 고문과 골프를 쳤다는 사실까지 나오자 일선 경찰들은 답답해했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 달라는 경찰청의 한 총경은 “차라리 미리 ‘언제 한화 쪽 관계자를 만났지만 청탁과는 무관하다’고 밝혔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검찰 수사가 마무리되는 지금에 와서 밝힐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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