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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사람들 손가락질 두려웠는데…이젠 마음 후련”

등록 2007-07-09 21:09

67년만에 고향을 찾은 박옥선 할머니가 8일 오후 경남 밀양시 밀양읍 내일동에서 고향집 터를 찾지 못한 채 쓸쓸히 떠나고 있다. 밀양/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67년만에 고향을 찾은 박옥선 할머니가 8일 오후 경남 밀양시 밀양읍 내일동에서 고향집 터를 찾지 못한 채 쓸쓸히 떠나고 있다. 밀양/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66년 만에 고향 돌아간 일본군 강제위안부 할머니 박옥선씨
밀양읍 보며 “너무 변해 모르겠다” 눈물
언니 “울지 마라…이제 행복하게 살자”
‘나눔의 집’ 4명도 귀향…끝내 포기하기도

9일, 66년만에 처음으로 고향인 경남 밀양읍을 찾은 일본군 강제위안부 피해자 박옥선(83·사진)씨의 감회는 남달랐다. “이렇게 넓은 길이 아니었고 다리도 있었는데. 그리고 아리랑 비석…. 기억은 또렷한데 도무지 찾을 수가 없네.” 중얼거리던 박씨의 눈에 눈물이 비쳤다. 집도 길도 낯설게 변해버린 고향 땅에서 이날 끝내 옛집을 찾지 못한 박씨는 “내일이면 부산에 산다는 남동생을 만날 수 있다”며 애써 마음을 달랬다. 그나마 여전한 영남루와 밀양강의 모습이 위안이었다. 1941년 공장에서 일한다는 말에 속아 만주로 끌려가 일본군 위안부 생활을 한 박씨는 고국에 돌아올 엄두를 내지 못하고 중국에서 어려운 생활을 이어가다 2001년에 국적을 되찾고 영구귀국 해 나눔의 집에서 살고 있다.

역시 일본군 강제 위안부로 끌려갔다 천신만고 끝에 돌아와 경북 상주시 화동면 어산리 옛 집을 찾은 동생 강일출(79)씨는 언니의 손을 잡고 울음을 그칠 줄 몰랐다. “울지마라, 어려운 시절 다 지났는데…. 이제는 대한민국이 있으니 우리 행복하게 살자.” 언니 강일복(85)씨가 동생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강씨 역시 열여섯 되던 1943년, 집에서 일본순사들에게 끌려가 만주에서 지옥같은 일본군 위안부 생활을 한 뒤 2000년에야 국적을 되찾고 영구 귀국했다. 귀국 후 단 두 번 잠시 고향을 찾았다는 강씨는 “고향생각이 간절했지만 사람들의 손가락질이 두려워 혼자서는 찾을 엄두가 좀체 나지 않았다”며 “고향방문 전 이틀밤을 눈물로 지새웠는데 잠시나마 돌아보고 나니 마음이 후련하다”고 말했다.

일제 강점기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갖은 고초를 겪었던 나눔의 집 할머니 5명이 마지막이 될 지 모를 고향 방문길에 올랐다. 이날 행사는 나눔의 집을 정기방문 해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경기도 하남시 봉사단체인 팔도한마을 대동회가 후원해 이뤄졌다. 치욕의 시간을 넘어 살아 돌아왔지만 고향사람들의 싸늘한 눈길에 지레 마음 졸여 고향을 찾아갈 엄두를 내지 못하거나 어머니 산소만 찾아 소주 한 잔 올리고 서둘러 고향을 떠나간 그들이었다.

세월은 덧없이 흘렀지만 불행한 역사가 남긴 마음의 상처는 여전히 깊었다. 어렵게 고향 부근까지 내려와서도 배춘희(84)씨는 끝내 성주군 고향땅 찾기를 거부했다. 배씨는 “언젠가 들러봤지만 아는 이도 없고, 모든 게 낯설게 변했더라”며 “내 고향은 이제 그저 마음 속에 묻어둘 뿐”이라고 말했다. 9일 대형버스를 타고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을 출발 경북 상주와 경남 밀양을 방문한 할머니들은 10일에는 부산, 창원, 거창, 덕유산 등을 여행한다.

대구/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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