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월 최저생계비와 빈곤층 김씨의 한달 지출 비교
[한겨레-참여연대 공동기획] 후퇴하는 ‘삶의 방어선’ 최저생계비 (상)
한달 43만6천원로 생계 꾸리는 영등포2가 쪽방 현장체험
일거리 찾기 위한 휴대폰은 빠져…차라리 끼니를 줄인다
한달 43만6천원로 생계 꾸리는 영등포2가 쪽방 현장체험
일거리 찾기 위한 휴대폰은 빠져…차라리 끼니를 줄인다
빈곤층의 ‘삶의 질’을 결정할 최저생계비를 계측하는 해가 3년 만에 돌아왔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는 중앙생활보장위원회는 최저생계비 실계측을 거쳐 9월1일까지 확정된 금액을 발표한다. 최저생계비는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의 선정·급여 기준 등 각종 복지제도 운영에 활용된다. 〈한겨레〉는 시민운동 현장 체험 ‘거침없이 희망 UP! 최저생계비를 말하다’를 진행하는 참여연대와 함께 두 차례에 걸쳐 현재 최저생계비의 비현실성을 짚어보고, 실계측 방식에 어떤 개선점이 필요한지 살펴본다. 편집자주
김규진(59·가명)씨는 서울 영등포2가동 쪽방에서 홀로 산다. 한달 생활비는 37만3천원. 3년 전부터 류머티즘성 관절염으로 목수 일을 못하는 김씨에게 대한민국이 주는 돈이다. 나라가 정한 최저생계비는 43만6천원이지만, 여기엔 아플 때 병원에 가는 의료급여 등이 포함돼 있다. 결국 실제 손에 쥐는 돈은 37만원 남짓이다.
빠듯한 살림에 쪽방 월세는 가장 큰 부담이다. 전기·수도세 등이 포함된 방값 22만원을 치르면 한달 생활비 15만원이 남는다. 김씨는 이 돈으로 쌀과 찬거리도 사고, 모든 생활비를 감당해야 한다.
정부는 한달 최저의 식료품비로 한 끼니 1900원, 17만5천원을 책정했다. 또 주거비는 7만7천원으로 잡았다. 전기세, 물세 등을 보태도 9만2천원쯤 된다. 하지만 서울 하늘 아래, 이 돈으로 몸을 누일 방은 없다. 40년이 넘은 건물에 해도 들지 않는 쪽방도 월세 15만원이다. 김씨는 관절염으로 더운 물이 꼭 필요해, 22만원짜리 쪽방을 구했다. 남는 생활비는 15만원이라, ‘최저의 밥값’도 안 된다. 정부는 ‘건강하고 문화적인 최저생활’을 위해 43만원의 최저생계비를 책정했다. 여기엔 식료품비 말고도 교양오락비 등 10개 지출 항목이 있지만, 김씨에게는 딴 나라 얘기일 뿐이다.
1.5평 쪽방은 김씨 같은 빈곤층의 최저 생활을 모조리 삼켜버린다. 월 20만원대의 방값을 맞추려면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서 4인 이상 가구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수급자 153만여명, 83만여 가구 가운데 58%인 48만여가구는 김씨처럼 홀로 살아간다.
쪽방에 갇혀 숨만 쉬는 식물인간이 아닌 다음에야 돈을 쓸 데는 많다. 김씨는 휴대전화를 쓰는데, ‘선불폰’으로 한달 8천~1만5천원이 든다. 아픈 몸에 푼돈을 벌 일거리라도 찾으려면 꼭 있어야 한다. 또 가끔은 사무치게 외롭다. 거리에서, 무료 급식소에서 익힌 얼굴들과 ‘오늘도 무사한지’ 묻는 사람 목소리가 간절하다. 정부는 2004년 최저생계비 계측 때, 361가지 필수품 항목을 정하면서 휴대전화 비용을 뺐다. 김씨 같은 이들에게 휴대전화는 ‘사치품’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휴대전화는 쪽방 인생을 세상으로 잇는 필수적인 끈이다.
또 담배도 간절하다. 나랏돈 받아 사는 처지에 ‘웬 담배나 술이냐’ 욕할지 몰라도, 몸과 마음의 고통을 다스릴 길이 없다. 영등포 공단에서 주물공장을 운영했던 김씨는 외환위기 때 연쇄부도를 맞았고, 이후 영영 일어서지 못했다. 노숙 생활 끝에 목수 일을 배워 재기하려 했지만, 거리 생활 탓인지 류머티즘성 관절염이 찾아왔다. 마지막 생계 수단이었던 목수 일을 접은 뒤로, 담배는 더 간절해졌다. 김씨 같은 이들은 소주 반 병에 아픈 몸을 잊고, 하얀 담배 연기로 쪽방의 우울을 태운다. 그래서 김씨는 끼니를 줄인다. 주린 배도 채워야 하지만, 죽어가는 마음도 달래야 하니까. 살아야 하니까.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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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주거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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