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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창고 문 뜯어내고 소송관련 서류 훔쳐가”

등록 2007-07-18 20:21수정 2007-07-18 22:55

이인애(71)씨가 17일 오후 현대차 쪽과의 계약서 등 관련 서류를 모아뒀던 지하 창고의 부서진 문을 열어 보이고 있다.
이인애(71)씨가 17일 오후 현대차 쪽과의 계약서 등 관련 서류를 모아뒀던 지하 창고의 부서진 문을 열어 보이고 있다.
현대 상대 소송준비중 중소기업 전 대표 집에 외부인 침입
이인애씨, 현대쪽 소행 주장…현대 “말도 안되는 소리” 일축
지난 8일 입원 중인 병원에서 나와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집에 들른 이인애(71)씨는 지하창고 문짝이 뜯겨 있는 것을 발견했다. 4층 건물들 사이 너비 1m도 안 되는 골목에 있는 허름한 작은 창고였다. 이웃들은 창고 옆 화단의 청소도구함으로 여길 정도였다.

이씨가 급히 창고 안을 들여다보니, 가득 찼던 7상자 분량의 서류 뭉치가 사라지고 몇 장의 서류만 바닥에 흩어져 있었다. 이씨가 대표로 있던 옛 정신산업과 거래했던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 사이에 주고 받은 계약서와 설계도면, 대한상사중재원에 냈던 소송 관련 서류들이었다. 이씨는 “정작 내가 사는 옥탑방에는 사람이 들어온 흔적도 없다”며 “누가 몰래 와 무거운 서류만 훔쳐 가겠느냐, 현대차 쪽이 소송이 겁나 자료만 빼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그런 일을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씨와 현대차 쪽의 갈등은 정신산업이 99년 7월 현대정공과 거래하면서 시작됐다. 이씨는 “1년 동안 현대정공에서 오스트리아에 수출하는 열차 화물칸에 자동차 리프팅 장치를 300대 설치했지만 현대정공은 추가 발주를 해주겠다며 납품단가를 원가 이하로 낮췄고, 도면이 잘못돼 더 들어간 30여억원도 정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대차 계열사인 로템 쪽은 “경쟁 입찰을 통해 양사가 합의해 값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2000년 8월 정신산업이 부도나자, 이씨는 현대차 빌딩 앞에서 1인 시위를 해 왔다.

이영섭 로템 총무부장은 “처음부터 법률적으로 문제를 풀자고 제안했는데도 이씨는 막무가내로 떼를 쓰며 차로 뛰어들거나 1인 시위를 했다”며 “서류가 없어졌다고 주장한다는 얘기는 들었으나 우리가 왜 오해받을 행동을 하겠느냐”라고 말했다. 현대차 쪽과 이씨는 지난해 대한상사중재원에 중재 신청을 했고, 지난달 11일 중재원은 로템이 이씨에게 18억8천만원을 지급하라고 판정했다.

이씨를 대리한 김연호 변호사는 “기업 간 계약이었지만 기망의 가능성이 높아 중재 판정 뒤 현대 쪽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고려하고 있었다”며 “이제는 관련 자료가 다 사라져 소송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이씨의 신고로 도난 사건을 수사 중이다. 현장에 출동했던 송파경찰서 과학수사팀 이오현 경사는 “누군지 알 순 없지만, 외부 세력이 문을 뜯어내고 들어가 서류를 훔쳐 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바닥에 떨어져 있던 몇 장의 서류를 입수해 지문 분석 등을 하고 있지만 누가 훔쳤는지를 밝혀낼 뚜렷한 단서는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글·사진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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