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어 주는’ 구미시청 공무원 권미강씨
‘시 읽어 주는’ 구미시청 공무원 권미강씨
제헌절인 지난 17일 경북 구미 금오산에서 열린 민족문학작가회의 경북지회 출판기념회에서 경북 구미시청 공무원 권미강(40·여·전문계약직·사진)씨가 시 <경주가는 길>(육봉수)을 나지막히 낭송했다.
“부드러운 질감으로 휘감기고 흘러내린 가사장삼의 저/곡선의 마음들 천년을 흘러 지금 같잖은 중생 몇 분에게는/과연 해탈의 경지 맛보게 했을까? 하고는 있을까?…” 좌중은 시의 세계로 고즈넉히 잠겨들었다.
시청에서 시정홍보물을 만드는 일을 맡고 있는 그는 일과가 끝나면 시 낭송 전도사로 변신한다. 지난해부터는 구미 한국산업단지공단 중부지역본부에서 열리고 있는 시 낭송 퍼포먼스를 주도하고 있다. 이 달부터는 구미시민복지회관의 평생교육원에서 매주 금요일 시 낭송 강의도 한다.
권씨는 구미를 넘어 도내 문학 관련 행사 때 매번 초청되는 시 낭송 전문가다. 그는 고교시절부터 대학 때까지 연극을 했고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했다. 그는 처음에는 시의 운율을 익히기 위해 시 낭송을 시작했다. 한동안 문학을 떠나있다 경북 칠곡 출신의 남편과 결혼하면서 서울에서 경상도로 온 뒤 지역 시인들과 교류하면서 자연스럽게 시 낭송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칠곡군청에서 근무하던 2002년, 구상문학관 개관 때 시 콘서트를 기획하고 자신이 낭송한 시를 시디로 제작하면서 시낭송가란 이름을 얻게 됐다. 그 뒤 주부독서회 등 각종 문학 모임에 초빙돼 시 낭송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권씨는 “주부들이 소녀취향의 시만 골라 읽는게 안타까와 시 낭송을 통해 제대로 된 시의 맛을 전달했다”며 “물질만 쫒는 시대, 시낭송은 시와 대중을 잇는 다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 낭송이 하나의 예술장르일 수 있다는 생각에 영상이나 음악, 무용 등을 곁들여 시낭송 퍼포먼스 행사도 만들었다. 권씨는 “시낭송이 널리 보급돼 공단도시 구미가 시 읽는 문화도시로 바뀌었으면 좋겠다”며 밝게 웃었다.
구미/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구미/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