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까지 마을 땅을 사지 못하면 강제 퇴거당할 처지에 몰린 일본 우토로 마을 동포들이 토지매입 대금을 마련하기 위한 마지막 희망 순례에 나섰다. 22일 오후 서울 북촌 은덕문화원을 찾은 우토로 주민 대표들. 노혜민 인턴기자(한동대 국제어문학부4) waiting4dadasi@empal.com
“지원약속 어긴 한국정부 이해 못해”
“지난 3년 동안 조국이 있다는 것을 알았네요. 잘 되지 않더라도 원망하지 않을 겁니다. 따뜻하게 대해준 국민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경북 군위에서 태어난 김군자(78·사진 앞줄 가운데) 할머니는 일본 우토로 마을에서 살고 있다. 22일 서울 원서동 은덕문화원에서 만난 김 할머니는 전날 마을 주민 8명과 함께 한국으로 마지막 ‘희망 순례’ 길에 올랐다.
일본 교토부 우지시 이세다초 우토로 51번지 6400평. 64세대 200여 재일 조선인들의 삶이 열흘 남짓 뒤면 흔적없이 쓸려 없어질 운명에 놓여 있다고 한다. 땅 소유자인 일본 부동산업체가 “땅을 사려는 사람이 나타났다”며 땅 처분 기한을 연말에서 오는 31일로 갑자기 당겼기 때문이다.
우토로는 지난 1940년대 비행장 건설에 동원된 조선인들이 집단 거주하면서 이뤄진 마을로, 주민들은 땅 소유자의 퇴거 요구에 시달리며 상·하수도 시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곳에서 60여년 동안 삶을 일궈 왔다.
3년 전 우토로 문제가 불거진 뒤 한국에서 14만여명이 모금에 참여해 5억여원을 거뒀고 우토로 주민들이 십시일반 모은 돈을 합쳐 2억5천만엔이 마련됐지만, 주변 땅 시세에 견준 최소한의 땅값 7억엔(우리돈 53억여원)에는 한참 못 미친다.
주민들은 한국 정부가 지원 약속을 뒤집은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지난 2005년 반기문 당시 외교부장관은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민간모금 부족분에 대해서는 정부 차원의 지원을 검토·준비 중에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현재 외교부는 일본 안 다른 동포 거주지역과의 형평성을 들어 지원이 어렵다는 태도다. 엄명부(54) 우토로 주민회 부회장은 “돈만 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법률적으로 이 문제를 풀 전문가를 한국 정부가 지원해 줄 수는 없는 건가요? 이런 것도 형평성 문제가 생기나요?” 이들은 23일 오전 11시 서울 정동 세실레스토랑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노무현 대통령에게 주민들 수만큼의 꽃송이와 함께 마지막 청원서를 전달할 예정이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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