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황우석 박사도 ‘한 획의 진실’ 앞에 손들었죠”

등록 2007-08-03 21:06수정 2007-08-03 21:13

유경숙 수사관
유경숙 수사관
필적 필체 위조 밝히는 대검 문서감정실 유경숙 수사관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를 찍으면 ‘남’이 된다. 사랑의 감정이야 그 진위를 따지기 불가능하지만, 위조 여부를 가리는 문서감정을 통해 사건의 실체를 밝여야 하는 수사관들에게 글자 한 획은 ‘진실의 금문자’다.

지난해 12월 대검찰청 문서감정실에 사건 하나가 접수됐다. “계약서에 쓰인 날짜가 ‘2004년 1월30일’에서 ‘4월30일’로 위조됐는지를 가려달라.” 한마디로 ‘1’에 ‘∠’을 나중에 가필해 ‘4’로 만들었다는 것이 피해 고소인의 주장이었다.

대검찰청 문서감정실 유경숙(46) 수사관은 일단 ‘4’를 쓴 필기구 성분을 조사했다. 나중에 가필했다면 계약서를 쓸 때와는 다른 필기구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광학 감정장비로 글자에 빛을 쏘이면 필기구의 잉크 성분에 따라 빛의 파장이 다르게 나타난다. 결과는 동일한 필기구 사용.

정상적으로 쓰인 ‘4’(앞)와 위조된 ‘4’(뒤). ‘∠’와 ‘ㅣ’가 겹치는 부분에서 필순의 선·후가 다르게 나타난다. 뉴스프로스 제공
정상적으로 쓰인 ‘4’(앞)와 위조된 ‘4’(뒤). ‘∠’와 ‘ㅣ’가 겹치는 부분에서 필순의 선·후가 다르게 나타난다. 뉴스프로스 제공
유 수사관은 필적, 필체 감정에 들어갔다. 글자를 쓸 때의 빠르기에 따라 나타나는 글자의 균일성을 따지는 ‘필세’, 자·모음을 쓰는 순서를 따지는 ‘필순’, 초성·중성·종성의 크기, 각도, 간격 등을 비교하는 ‘자획구성’을 일일이 조사했다. 고작 ‘∠’ 한 획에서 이런 특성들을 확인하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였다.

유 수사관은 마지막으로 필기구로 종이를 누르는 개인차를 보는 ‘필압’에 승부를 걸어보기로 했다. 해당 글자를 ‘입체(3D)처리’하자 미미한 필압차가 드러났다. ‘ㅣ’을 먼저 쓰고 ‘∠’를 나중에 쓴 사실이 확인됐다. 4자를 쓰는 일반적인 필순과도 달랐다. 같은 계약서에 쓰인 ‘2004년’의 4자는 ‘∠’를 먼저 쓴 사실도 확인됐다. 피의자는 결국 문서 위조를 자백했다.

유 수사관은 3일 발행된 검찰 전자신문 ‘뉴스프로스’에 ‘한 획에 담겨진 진실’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글자의 무덤에서 진실을 캐내는 문서감정실을 소개했다.

수사경력 18년인 유 수사관은 “문서감정은 글을 쓴 사람의 나이와 건강상태, 필기자세, 필기구와 종이의 종류, 글을 쓸 때의 심리상태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종합적 판단이 필요하다”며 “수십억원의 후원금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황우석 박사도 대검의 필적감정 결과가 증거로 제시된 뒤 차명계좌의 존재 사실을 시인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