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6시께 한국협상단 보고에 안도
13일 오후까지도 탈레반이 한국 협상단과 합의한 여성 인질 2명의 우선 석방을 이행할지가 불투명하자, 한때 ‘탈레반이 합의를 무효화한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왔다.
정부 당국자들 얼굴에서도 확신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이 묻어났다. 전날 새벽 “한국인 2명이 석방됐다”는 외신 보도가 나온 뒤 다시 “취소됐다” 혹은 “연기됐다”는 소식을 접했던 터라 기대감은 점점 실망으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오후 4시50분께 탈레반이 <아에프페>(AFP) 통신을 통해 피랍자 2명의 석방 시간을 제시하고, 1시간쯤 뒤 한국 협상단이 탈레반의 공식 통보 내용을 정부에 보고하면서 인질 일부 ‘구출’이 마침내 현실화했다. 탈레반 쪽이 한국 협상단에 인질 석방 시한을 공식적으로 통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지켜보는 이들의 애를 태운 석방 지연 이유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합뉴스>는 12일 탈레반 대변인 카리 유수프 아마디의 말을 따 “지난밤 인질 2명을 가즈니주 적신월(이슬람권의 적십자)사에 넘기러 가던 도중 탈레반 지도자위원회가 결정을 바꿔 인질이 되돌아갔다”고 전했다. 또다른 대변인 아민 하드츠도 “인질을 인도하는 도중 ‘문제’가 발생해 되돌아갔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탈레반 내부의 강·온파 대립이 다시 석방을 무산시킨 것 아니냐는 관측이 돌았다. 탈레반은 지난달 25일에도 피랍자 8명을 풀어주려다 다시 억류했다. 이쯤 되자 여러차례 ‘당한’ 정부 당국자 입에서는 “풀려나 봐야 풀려난 것”이라는 반응까지 나왔다. 여기에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 대표들이 11일 적신월사에서 기자회견을 연 것을 문제삼으며 기자들의 탈레반 접촉을 금지해, 협상 분위기에 좋지 않은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왔다.
탈레반은 애초 11일에 2명을 풀어주려 했지만 교통 사정 때문에 늦어졌다며 전과는 다른 설명을 이날 내놨다. 이날 풀려난 여성 인질들은 가즈니주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억류되어 있어, 신병 인도에 시간이 걸렸다고 카라바그 지역 탈레반 사령관 압둘라는 <한겨레>의 의뢰를 받은 라히물라 유수프자이 <더 뉴스> 선임 에디터와의 전화통화에서 밝힌 바 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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