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7부(부장 정원태)는 19일 대한항공(KAL)858기 폭파사건 당시 안기부 수사관이던 백아무개(61)씨 등 5명이 “사건이 안기부가 꾸민 것처럼 묘사해 명예가 훼손됐다”며 소설 <배후>를 쓴 작가와 도서출판 창해 대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사건 이후 여러 곳에서 제기된 의혹과 진상 규명 요구에도 해명의 열쇠를 쥐고 있는 안기부가 소극적 태도로 나와 사건 재수사를 촉구하기 위해 쓰여진 책은 발행 목적이 공익을 위한 것이어서 명예훼손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소설 속에는 대한항공기를 폭파시키고 사건을 은폐·조작한 주체가 남산의 해외공작 ㄱ팀으로 나올 뿐 백씨 등 수사관들이 사건을 왜곡했다는 것은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다”며 “사건 수사 발표 이후에도 사회 일각에서 의혹이 계속 제기된 점, 안기부 후신인 국가정보원에서 사건을 재조사하겠다고 발표한 점 등을 종합하면 작가가 사건의 실체와 안기부의 수사 결과가 다르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덧붙였다.
‘대한항공기 폭파 사건’은 1987년 11월28일 이라크 바그다드 공항을 출발해 서울로 향하던 대한항공 858기가 미얀마 근해 안다만 해역 상공에서 폭발해 비행기에 타고 있던 115명 모두가 숨진 사건이다. 국정원 과거사건진실규명위원회는 지난해 8월 ‘정권에 의한 자작극 의혹’이 계속 일었던 이 사건을 재조사한 뒤 ‘안기부 사전 기획은 근거 없다’고 발표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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