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망 안쪽의 푸른 그물 구조물이 불국사 안에 들어선 골프연습장이며, 그 뒤쪽으로 스님들이 기거하는 ‘정해요’가 보인다. 골프연습장 오른쪽으로는 테니스장도 설치돼 있다. <문화연대> 제공
요사채 옆 6타석 50여평 … 2년전 만들어 스님들 이용
세계문화유산으로 석가탑과 다보탑 등 국보급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는 경주 불국사(사적 및 명승 1호) 안에 불법 골프연습장이 설치돼 충격을 주고 있다. 1일 <한겨레>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이 골프연습장은 불국사 경내(11만7천평) 북쪽에 자리잡은, 스님들이 거처하는 요사채인 ‘정해요’ 부근에 설치돼 있다. 골프연습장의 규모는 6타석에 100여평 정도다. 그 옆에는 100평 남짓의 테니스장도 설치돼 있다. ‘정해요’는 관광객들이 들어갈 수 없는 스님들만의 공간이다. 골프연습장은 밖에서 보이지 않도록 시멘트 담장을 세워 가렸다. 이 골프장은 다보탑·석가탑이 있는 대웅전으로부터 직선거리로 200m 가량, 산길로는 좀더 떨어져 있다. 테니스장 50평도…밖에서 안 보이도록 담장
문화재청 · 경주시 “있다는말 들어본적 없다”
불국사의 경내 전체는 ‘사적 및 명승 1호’로 지정돼 있어 새로운 건물을 짓거나 테니스장, 골프연습장 등 체육시설을 세우려면, 경주시와 문화재청에 문화재 현상변경 신청을 해 허가를 받아야 한다. 불국사 관계자는 “테니스장은 10여년 전에 만들어 사용해 왔으며, 골프연습장은 2년 전쯤 만들었다”며 “테니스장은 거의 사용하지 않으며, 골프연습장은 일부 스님들이 운동 삼아 가끔 이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시설을 지으면서 문화재청에 현상변경을 신청했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은 “불국사에서 테니스장이나 골프연습장 건설을 위해 사전에 현상변경 신청을 해 허가를 받았다는 기록은 없다”고 말했다. 경주시 관계자도 “불국사 안에 테니스장이나 골프연습장이 들어서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문화연대 황평우(45) 문화유산위원장은 “세계문화유산인 경주 불국사 안에 골프연습장을 설치한 것은 한마디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문화재 환경을 파괴하는 골프연습장과 테니스장을 즉시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불국사 경내에는 국보 20호인 다보탑과 국보 21호 석가탑, 국보 22호 연화교·칠보교, 국보 23호인 청운교·백운교 등 한국 중요 문화재가 있다. 경주/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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