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공판 9월6일
정몽구(69) 현대차그룹 회장의 항소심 재판장인 이재홍 부장판사는 27일 법정에서 정 회장과 변호인들이 당혹스러운 질문들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이 부장판사는 정 회장에게 “현대차는 우리나라 대표 기업이다. 정 회장과 그룹의 능력과 노력도 있겠지만 나를 비롯한 국민들이 현대차를 사줬기 때문에 현대차가 지금의 위치에 설 수 있었다. 국민에 대한 부채의식이 있느냐?”며 사회적 책임을 통감하는지에 대해 물었다. 그는 또 “존 록펠러, 빌 게이츠 등은 사재를 털어 사회에 공헌한다. 그들이 돈을 벌 수 있었던 것은 사회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피고인이 사회적 공헌을 하겠다고 한 건 자발적 의지가 아니라 어쩔 수 없는 것 아니었냐. 아쉽다. 그런 인식을 불식시킬 수 있겠느냐?”고 묻기도 했다.
이 부장판사는 또 사회공헌계획과 관련해 “현금으로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닌데 담보가 있나?”라고 캐물었다. 이에 정 회장 변호인 쪽은 “사회공헌추진위원회를 9월 말에 발족하기 위해 현대 사옥 10층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상무급을 사무국장으로 두는 7명의 위원을 뽑기 위해 48명의 후보진을 추려놨다”고 답변했다.
이어 “최근 일부 언론과 시민 사회단체에서는 화이트 칼라 범죄에 대한 단죄가 미약하다고 주장하는데 반론할 게 있으면 해보라”라는 질문에 정 회장 쪽 변호인들이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자 이 부장판사는 “내가 갑자기 너무 어려운 질문을 한 것 같다”며 “나중에 서면으로 제출해도 좋다”고 물러섰다. 이 부장판사는 이어 “일반적으로 재벌, 화이트 칼라 범죄를 단죄해야 한다는 여론이 제기되는데 지난해에 있었던 일부 여론조사에서 정몽구 피고에 대해서는 선처를 원하는 분위기가 높은 이유는 왜일까”라는 질문을 던져 다시 법정을 술렁이게 했다.
이 부장판사는 검찰에 대해서는 “이번 사건을 통해 새로운 풍토, 경종을 울리는 시금석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고, 검찰은 “에스케이글로벌 등과 특별히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기업을 개인회사처럼 여기고 회삿돈을 함부로 사용해 자본주의를 위태롭게 하는 범죄에 대해서는 처벌해야 한다”고 답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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