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조서 피의자에 불리…의견진술만 가능”
검찰, 강력 반발…변호사들 “변론기회 보강”
검찰, 강력 반발…변호사들 “변론기회 보강”
법원이 피의자 인권 보호를 이유로 영장실질심사에서 검사와 변호인이 피의자에 대한 심문없이 의견진술만 하는 방안을 추진해 검찰이 반발하고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변호인의 변론 기회를 보강하는 방안이 추가로 마련돼야 취지를 살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법원은 ‘검사와 변호인은 판사의 심문이 끝난 후에 판사의 허가를 얻어 피의자를 심문할 수 있다’는 옛 규칙을 ‘검사와 변호인은 판사의 심문이 끝난 후에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로 바꾸는 형사소송규칙 개정안을 지난달 25일 입법예고했다고 28일 밝혔다.
법원은 △영장실질심사를 기록한 조서가 피의자에게 불리한 자료로 쓰일 수 있고 △변호인은 피의자 편에 서 있으므로 심문 여부가 중요하지 않은 점을 개정 근거로 들었다. 구속영장 청구와 영장실질심사는 촉박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혐의를 부인하는 피의자는 검사의 심문을 사전에 충분히 대비하기 어려운데, 이런 상태에서 한 진술이 조서로 작성돼 본안 재판에서 불리한 증거자료로 사용된다면 영장실질심사 제도의 취지와 어긋난다는 것이다. 지난 4월 개정된 형사소송법에 따라 내년부터는 영장실질심사도 조서로 기록된다.
그러나 검찰과 법무부는 “종전처럼 검사가 피의자를 심문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며 반대 의견을 대법원에 냈다. 법무부 형사법제과는 “개정된 형사소송법에 따라 영장항고제도(영장이 기각됐을 때 검사가 상급법원에 항고할 수 있는 제도)가 도입됨에 따라 영장실질심사 조서 작성도 함께 도입한 것”이라며 “검사의 심문을 제한한다면 도입 취지와 어긋난다”고 밝혔다. 대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조서 작성 부담을 덜려고 추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한변협은 아직 공식 입장을 정하지 않고 대응책을 검토중이다. 서울의 한 변호사는 “혐의를 치열하게 다투는 사건의 경우, 검찰이 영장실질심사를 피의자에 대한 심문 기회로 이용해 작성된 조서를 재판에서 증거로 제출할 우려가 있다”며 “대신 대부분의 영장실질심사가 피의자가 혐의를 자백하는 사건임을 감안해 피의자와 변호인의 진술권을 좀더 보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변의 송호창 변호사는 “변호인 심문까지 제한하는 것은 문제”라면서도 “검찰이 지금도 영장실질심사 제도를 본안 재판처럼 유죄를 입증하는 기회로 이용하는 현실 속에서, 영장실질심사 조서가 불리한 증거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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