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비 횡령 교수 1·2심 재판 결과
1심서 집유 9명중 5명은 2심서 벌금형…교수직 유지
양형도 제각각…9천만원 횡령은 해임, 4억 횡령은 벌금형
양형도 제각각…9천만원 횡령은 해임, 4억 횡령은 벌금형
2005년 이후 ‘대학교수 연구비 횡령 사건’ 수사 결과 연구비를 1억원 이상 빼돌린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교수직이 박탈되는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대학 교수 9명 가운데 5명이 2심에서 교수직 유지가 가능한 벌금형으로 감형됐다. 또 1억원 미만을 빼돌려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해임된 교수가 있는 반면, 이보다 5배나 많은 연구비를 빼돌리고도 벌금형을 받는 등 재판부마다 양형 기준이 제각각인 것으로 드러났다.
전주지법 형사1부(재판장 서경환)는 지난 24일 석·박사과정 연구원의 인건비를 빼돌리고 거짓 세금계산서로 기자재 구입비를 부풀리는 수법으로 연구비 2억7700만원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구속기소된 전북대 유아무개(45) 교수의 항소심에서 징역 2년·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벌금 3천만원을 선고했다. 같은 수법으로 1억9400만원을 빼돌려 1심에서 징역 1년·집행유예 2년이 선고된 같은 대학의 소아무개(60) 교수에 대해서도 벌금 2천만원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빼돌린 연구비를 연구실 운영비 등 공적 용도로 사용한 점을 감안했다”며 “부정하게 인건비 등을 편취한 것은 처벌받아 마땅하나 대학 교수의 자격을 박탈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대학 교수는 국가공무원법과 사립학교법에 따라 금고 이상의 징역형(집행유예 포함)을 선고받으면 교수직을 잃게 된다.
전주지법 김종춘 공보판사는 사정변경이 없는데도 감형한 이유에 대해 “양형은 판사마다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전주지검은 2005년 10월 유씨 등 연구비를 빼돌려 쓴 혐의로 전북대 및 원광대 교수 등 34명을 불구속 또는 약식기소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대검의 한 검사는 29일 “기업인들의 일반적인 횡령·배임죄와 달리 교수의 연구비 횡령은 액수말고는 다른 양형요소가 거의 없다”며 “법원이 뚜렷한 기준 없이 벌금형을 선고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사형 등을 빼고 양형부당을 이유로는 대법원에 상고할 수 없기 때문에 검찰이 이 항소심 판결에 불복할 방법은 없다.
양형도 들쭉날쭉이다. 전주지법은 24일 4억5천만원을 빼돌린 양아무개(55) 전북대 교수에 대해 연구실 운영비 등으로 사용한 점 등을 들어 1·2심 모두 벌금 3천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서울고법은 9300만원을 편취해 1심에서 벌금형이 선고된 조아무개(40) 서울대 부교수에 대해 원심을 깨고 징역 10개월·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조씨는 교수직에서 해임됐다.
김남일 고나무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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