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린성 당국이 백두산(중국명 창바이산) 생태계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한국인이 경영하는 호텔을 강제 철거했으나, 중국인이 운영하는 대형 식당은 영업을 계속하는 것으로 2일 확인됐다.
창바이산 보호개발구 관리위원회는 지난 7월31일 백두산 북쪽 등산로 산문 안에서 한국인 박범용(40)씨가 경영하던 ‘온천별장호텔’을 강제 철거했다. 그러나 이 호텔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선 관리위 산하 개발그룹에서 운영하는 ‘난징콰이찬’이라는 뷔페식 식당이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관리위는 또 최근 이 지역에서 지린성 성체육위가 운영해 온 ‘운동원 선수촌’도 숙박 영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선수촌은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음식과 잠자리를 제공하며 사실상 호텔과 비슷한 구실을 하고 있다. 이 지역엔 도시락이나 음료수 등을 파는 간이상점도 2~3개 새로 들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관리위는 지난해 9월 ‘백두산을 세계유산으로 등록하기 위해 환경을 정비할 계획’이라며 이 지역에서 영업 중이던 호텔 5곳에 철거를 통고했다. 백두산이 중국의 세계유산 후보에서 탈락한 뒤에는 생태계 보호를 내세워 철거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 불법 증축 혐의까지 얹힌 온천별장호텔은 빈터로 변했고, 나머지 네 호텔은 철거 통보에 불복한 채 버티고 있다.
지린성 당국이 중국인들에게 백두산 홍보를 강화하면서 백두산에는 최근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백두산을 찾은 관광객 70여만명 가운데 70%가 중국인으로 추정된다. 지린성은 백두산 근처에 짓고 있는 공항을 애초 일정보다 3개월 앞당겨 내년 5월 개통할 예정이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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