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입도서 50% 업무무관…“혈세 낭비·도덕적 해이” 비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국민 세금으로 골프 관련 도서 등 업무와 무관한 책을 대량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성호 민주신당 의원실은 2일 중앙선관위로부터 제출받은 도서구입 목록을 확인한 결과, 2006년과 2007년 상반기 동안 중앙선관위가 산 책 1092권 가운데 골프 관련 서적 등 선관위 업무와 무관한 책이 전체의 절반을 넘는 551권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중앙선관위가 구입한 도서 가운데 업무와 무관한 책의 비율은 지난 한해 동안 48%였고, 올 상반기에는 55%에 이르렀다. 판타지 소설을 비롯한 소설류가 31%로 가장 많았고, ‘골프 스윙의 정석’ 등 골프 관련 서적 4%, 나머지는 재테크·처세술 관련 서적과 만화였다.
정 의원실의 배효정 비서관은 “선관위 도서 자료실에 확인한 결과, 선관위는 지금까지 도서를 구입하기 위해 특별한 절차 없이 각 실·국에서 ‘필요하다’고 청구하면 도서를 구입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는 “선관위 자료실 운영규정에는 수집할 수 있는 자료의 범위에 대한 규정도 없다”며 “국회도서관이 ‘만화’ ‘통속소설’ 등을 수집 제한 자료로 규정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라고 덧붙였다.
정성호 의원은 “골프책 등을 국민혈세로 구입하는 선관위 직원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며 “자료 수집에 대한 뚜렷한 원칙이 없는 선관위 자료실운영규정부터 개정해 도서 구입 관련 예산 낭비를 견제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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