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무대 가수 박상민씨 행세한 ‘박성민’씨 기소
가수 박상민(40)씨를 꼭 닮은 임아무개(40)씨는 2005년 12월부터 경기 성남, 일산 등지의 나이트클럽에서 박상민씨 행세를 하며 노래를 불렀다. 예명을 ‘박성민’으로 지었지만 나이트클럽 사회자는 ‘노래 해바라기의 주인공, 인기 유명 가수, 히트곡이 많은 가수’라며 임씨를 사실상 박씨로 소개했다. 서울 관악구의 한 나이트는 업소 전광판에 버젓이 ‘특별출연 인기가수 박상민’이라는 광고까지 했다.
비슷한 외모에 박씨처럼 턱수염을 기르고 선글라스를 낀 임씨를 ‘짝퉁 박상민’으로 알아보는 손님은 거의 없었다. 목소리까지는 흉내내지 못한 임씨는 박씨의 노래를 틀어놓고 입만 벙긋거리는 ‘립싱크’를 했다. 임씨는 손님들에게 ‘박성민’이 아닌 ‘박상민’ 이름으로 사인까지 해줬다. 임씨는 이런 식으로 1년여 동안 90여 차례 밤무대 공연을 했다. ‘짝퉁’이 자신의 행세를 한다는 사실을 안 박상민씨는 지난해 12월 검찰에 임씨를 고소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 윤진원)는 3일 임씨와 임씨의 매니저 김아무개(34)씨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부정경쟁방지법은 널리 알려진 다른 사람의 이름이나 상호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것을 사용해 그 사람의 영업활동에 혼동을 줄 경우 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임씨는 ‘너훈아’ 등 다른 ‘짝퉁’ 가수들과 달리 진짜 박씨 행세를 했기 때문에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박철준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는 “수사검사도 박상민씨와 임씨 가운데 누가 진짜 박씨인지 구별하기 어려워했다”고 말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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