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주최 행사…박찬희 교수 주주대표소송 등 비판
에버랜드 사건 등 기업범죄 맡은 검사들 대거 참석
에버랜드 사건 등 기업범죄 맡은 검사들 대거 참석
검사들을 상대로 한 강연에서 외부초청 강사가 “기업 지배구조 관련 논의는 기업을 조지기 위한 것”이라는 내용의 강연을 해 검찰이 주최한 강연으로 적절한지 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강연에는 에버랜드 사건 수사를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사1부(부장 강찬우) 검사 등 기업 범죄를 주로 다루는 검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대검찰청은 지난 3일 저녁 7시30분부터 3시간 동안 서울 서초동 대검청사에서 서울중앙지검과 대검 검사 60여명이 모인 가운데 ‘기업지배구조 논의의 허와 실’이라는 주제의 강연을 열었다. 이날 강사로 나선 박찬희 중앙대 교수(경영학)는 “한국에서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논의는 재벌 조지기와 재벌 개혁의 관점에서 제기됐다”며 주주대표소송과 지주회사, 감사위원회, 순환출자금지 등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관련된 제도들을 하나하나 비판하기 시작했다. 박 교수는 “이런 제도들이 기업 투자와 계열사간 협력·지원을 어렵게 하고, 외국 기업과의 경쟁도 힘들게 한다”며 “이를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특히 프레젠테이션 화면에 ‘투서 한장+시민단체 성명+주주대표소송+집단소송+언론보도=개망신’ ‘개망신+검찰 수사=경영권 위기+기업 위기’라는 ‘공식’을 띄운 뒤 검사 2명에게 이를 읽게 했다. 박 교수는 “(기업들은) 다들 이런 걱정을 한다. (검찰은) 이모씨, 최모씨를 내 앞에 무릎 꿇릴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만…”이라며 재벌 총수들에 대한 검찰 수사를 겨냥했다.
강연이 끝난 뒤 한 부장검사는 강의 소감을 묻는 질문에 “나쁘지 않은 것 같다. 그동안 알지 못했던 쪽의 내용을 들을 수 있는 기회”였다고 말했다.
강연을 준비한 노승권 대검 첨단범죄수사과장은 “이번 강의는 우리 과에서 8차례 진행하는 ‘첨단범죄수사 전문아카데미-금융·증권분야 심화과정’의 하나”라며 “주제와 내용은 박 교수가 직접 정했다”고 말했다. 노 과장은 강의 내용에 대해 “3일 전에 강의 초안을 넘겨받았는데 (내용은) 검토를 하지 못했다. 특정 수사에 영향을 끼치려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한겨레>와의 전화 통화에서 “기업 범죄에 대한 법적 판단은 분명히 하되 주주대표소송 등의 제도는 필요한 범위에서만 시행해야 한다는 취지의 강연”이었다며 “검사들이 판단하기 나름”이라고 말했다. 이 강의는 동영상으로 녹화돼 검찰 내부 전산망을 통해 전국 700여명의 검사가 볼 예정이라고 검찰은 밝혔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