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그룹 부당내부거래 유형
정몽구 회장 ‘조건부 집행유예’
현대차 부당내부거래 보면
운임·중개료 하락 시기에도 가격 올려주고
납품 결제 현대카드로 바꿔 수수료 몰아주기 현대차그룹의 부당내부거래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에선, 그동안 검찰수사 과정이나 시민단체들의 주장으로 제기됐던 ‘일감 몰아주기’ 형태가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공정위 조사결과를 보면,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제철 등 4개사는 글로비스에 자신들의 물류업무 95%를 넘겨줬다. 2001년 글로비스의 매출액 가운데 현대계열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74%다. 공정위는 이와 같은 ‘규모거래의 현저함’과 함께 ‘거래조건의 유리함’도 제재 이유라고 강조했다. 공정위 박도하 시장조사팀장은 “계열사별로 처음 몇달간은 이전 거래업체와 똑같은 조건으로 대금을 주다가 단가를 급격히 올려주는가 하면, 화물운송업수의 운임료·중개료 등이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시기에도 가격인상을 해줬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글로비스와 비슷한 시기에 설립한 운송중개업체의 시장점유율과 비교했을때 설립 2~3년 안에 그 차이는 20배 가까이 이르게 됐다는 것이다. 거래가격을 높여주는 행태로는, 현대카드에 대한 지원이 눈에 띈다. 현대모비스 등 3사는 2003년 회의에서 ‘M카드’ 출시와 관련해 마케팅전략 등을 논의한 뒤, 2003년 8월~2004년 9월까지 이례적으로 66개 납품업체에게 대금결제방식을 종전의 현금·어음·기업구매전용카드 등에서 현대카드가 발급한 법인카드로 변경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납품업체들은 거래액의 1.5~2%에 해당하는 162억원의 가맹점 수수료를 현대카드에 지불하게 됐다. 현대차와 부품계열사인 모비스와 거래에선, 철판·특수강·파이프 등 ‘모듈부품 재료비 인상’을 명목으로 반년 전까지 소급해가며 단가를 인상해줬지만 모비스는 이 인상분을 납품업체에게 전혀 돌려주지 않았다. 또 현대차와 기아차는 현대하이스코의 자동차용 강판을 비계열회사의 가격보다 톤당 3만5천~5만3천원 비싸게 구입해줬다.
이런 방식의 지원성거래 규모가 공정위 계산으로는 2조9700억원이며, 그 가운데 부당한 지원금액은 2585억9900만원이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투명 경영’ 난제 싣고 ‘현장 경영’ 속도 낼듯 정몽구 회장 향후 행보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이 6일 항소심 재판부의 집행유예 선고로 자신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던 무거운 짐을 일단 내려놓게 됐다. 전경련은 이날 논평에서 “경제계는 법원 판결이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경영과 경제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며 반겼다. 일부에서 또하나의 ‘재벌 총수 봐주기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음에도 이번 판결로 운신의 폭을 넓힌 정 회장은 대외 활동에 한층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후진적 지배구조에서 비롯된 ‘황제 경영’의 폐단을 없애는 일에서부터 ‘투명 경영’과 ‘사회책임경영’의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실천하는 것까지 그 앞에는 결코 만만찮은 과제가 놓여 있다. 현대차그룹 주변에선 정 회장이 당분간 ‘현장 경영’에 전념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는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글로벌 톱5’를 지향해온 현대·기아차에 ‘경고등’이 켜진 것과 깊은 연관이 있다. 당장 정 회장은 다음달 침체 국면에 빠져있는 중국 공장 방문을 시작으로 발걸음을 빠르게 내디딜 것으로 예상된다. 이어 러시아, 인도, 미국 등 거점별 판매시장과 공장을 돌며 현지 임직원들을 채근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선고 직후 “정 회장이 오는 12일께 국제심포지움에 참석해 세계박람회기구(BIE) 대표들을 상대로 여수엑스포 유치활동에 나서고, 19일에는 청와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회의에도 참석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중국등 국외공장 방문에 추석전 소폭인사 가능성 정 회장이 대외 활동에 가속 페달을 밟는 것과 달리 지금의 경영구도는 크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현대차그룹 안에선 지난해 9월 들어선 박정인 수석부회장 체제를 유지하면서 역점 사업별로 조직개편과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점치는 이들이 많다. 이르면 추석 전에 소폭 인사를 단행할 공산이 높다. 그룹 기획조정실 임원은 “(검찰의 비자금 수사 이후)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 어느 정도 인사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정 회장이 넘어야 할 산은 도처에 놓여 있다. 당면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것도 그렇지만, 비자금 수사과정에서 국민에게 약속한 ‘투명 경영’을 어떻게 실현할 지 이정표를 제시하는 일은 적지 않은 부담이다. 공교롭게도 이날 발표된 공정거래위원회의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의 부당내부거래에 대한 조사결과는 순환출자구조로 묶인 현대차그룹의 후진적 지배구조 문제를 다시한번 일깨워준 셈이 됐다. 이번 공정위 조사 결과는, 투명경영을 실천하면서 정 회장의 외아들인 정의선 기아차 사장으로 경영 승계 작업이 결코 순탄치 않을 것임을 보여준다. 칠순을 앞둔 정 회장이 실형이라는 짐은 벗어던졌지만, 앞으로 행보가 가벼울 수만은 없게 됐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납품 결제 현대카드로 바꿔 수수료 몰아주기 현대차그룹의 부당내부거래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에선, 그동안 검찰수사 과정이나 시민단체들의 주장으로 제기됐던 ‘일감 몰아주기’ 형태가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공정위 조사결과를 보면,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제철 등 4개사는 글로비스에 자신들의 물류업무 95%를 넘겨줬다. 2001년 글로비스의 매출액 가운데 현대계열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74%다. 공정위는 이와 같은 ‘규모거래의 현저함’과 함께 ‘거래조건의 유리함’도 제재 이유라고 강조했다. 공정위 박도하 시장조사팀장은 “계열사별로 처음 몇달간은 이전 거래업체와 똑같은 조건으로 대금을 주다가 단가를 급격히 올려주는가 하면, 화물운송업수의 운임료·중개료 등이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시기에도 가격인상을 해줬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글로비스와 비슷한 시기에 설립한 운송중개업체의 시장점유율과 비교했을때 설립 2~3년 안에 그 차이는 20배 가까이 이르게 됐다는 것이다. 거래가격을 높여주는 행태로는, 현대카드에 대한 지원이 눈에 띈다. 현대모비스 등 3사는 2003년 회의에서 ‘M카드’ 출시와 관련해 마케팅전략 등을 논의한 뒤, 2003년 8월~2004년 9월까지 이례적으로 66개 납품업체에게 대금결제방식을 종전의 현금·어음·기업구매전용카드 등에서 현대카드가 발급한 법인카드로 변경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납품업체들은 거래액의 1.5~2%에 해당하는 162억원의 가맹점 수수료를 현대카드에 지불하게 됐다. 현대차와 부품계열사인 모비스와 거래에선, 철판·특수강·파이프 등 ‘모듈부품 재료비 인상’을 명목으로 반년 전까지 소급해가며 단가를 인상해줬지만 모비스는 이 인상분을 납품업체에게 전혀 돌려주지 않았다. 또 현대차와 기아차는 현대하이스코의 자동차용 강판을 비계열회사의 가격보다 톤당 3만5천~5만3천원 비싸게 구입해줬다.
이런 방식의 지원성거래 규모가 공정위 계산으로는 2조9700억원이며, 그 가운데 부당한 지원금액은 2585억9900만원이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투명 경영’ 난제 싣고 ‘현장 경영’ 속도 낼듯 정몽구 회장 향후 행보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이 6일 항소심 재판부의 집행유예 선고로 자신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던 무거운 짐을 일단 내려놓게 됐다. 전경련은 이날 논평에서 “경제계는 법원 판결이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경영과 경제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며 반겼다. 일부에서 또하나의 ‘재벌 총수 봐주기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음에도 이번 판결로 운신의 폭을 넓힌 정 회장은 대외 활동에 한층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후진적 지배구조에서 비롯된 ‘황제 경영’의 폐단을 없애는 일에서부터 ‘투명 경영’과 ‘사회책임경영’의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실천하는 것까지 그 앞에는 결코 만만찮은 과제가 놓여 있다. 현대차그룹 주변에선 정 회장이 당분간 ‘현장 경영’에 전념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는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글로벌 톱5’를 지향해온 현대·기아차에 ‘경고등’이 켜진 것과 깊은 연관이 있다. 당장 정 회장은 다음달 침체 국면에 빠져있는 중국 공장 방문을 시작으로 발걸음을 빠르게 내디딜 것으로 예상된다. 이어 러시아, 인도, 미국 등 거점별 판매시장과 공장을 돌며 현지 임직원들을 채근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선고 직후 “정 회장이 오는 12일께 국제심포지움에 참석해 세계박람회기구(BIE) 대표들을 상대로 여수엑스포 유치활동에 나서고, 19일에는 청와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회의에도 참석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중국등 국외공장 방문에 추석전 소폭인사 가능성 정 회장이 대외 활동에 가속 페달을 밟는 것과 달리 지금의 경영구도는 크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현대차그룹 안에선 지난해 9월 들어선 박정인 수석부회장 체제를 유지하면서 역점 사업별로 조직개편과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점치는 이들이 많다. 이르면 추석 전에 소폭 인사를 단행할 공산이 높다. 그룹 기획조정실 임원은 “(검찰의 비자금 수사 이후)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 어느 정도 인사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정 회장이 넘어야 할 산은 도처에 놓여 있다. 당면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것도 그렇지만, 비자금 수사과정에서 국민에게 약속한 ‘투명 경영’을 어떻게 실현할 지 이정표를 제시하는 일은 적지 않은 부담이다. 공교롭게도 이날 발표된 공정거래위원회의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의 부당내부거래에 대한 조사결과는 순환출자구조로 묶인 현대차그룹의 후진적 지배구조 문제를 다시한번 일깨워준 셈이 됐다. 이번 공정위 조사 결과는, 투명경영을 실천하면서 정 회장의 외아들인 정의선 기아차 사장으로 경영 승계 작업이 결코 순탄치 않을 것임을 보여준다. 칠순을 앞둔 정 회장이 실형이라는 짐은 벗어던졌지만, 앞으로 행보가 가벼울 수만은 없게 됐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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