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회장 구속되면 부도 위기’ 재계 논리 그대로 수용

등록 2007-09-06 19:28수정 2007-09-06 22:08

정몽구회장(맨 왼쪽)이 자리에 앉아 재판부의 판결 이유를 듣고 있다. 법정에서는 사진촬영이 허용되지 않아 김영훈 화백이 법정 모습을 스케치했다.
정몽구회장(맨 왼쪽)이 자리에 앉아 재판부의 판결 이유를 듣고 있다. 법정에서는 사진촬영이 허용되지 않아 김영훈 화백이 법정 모습을 스케치했다.
항소심 판결내용과 문제점
법원의 우려와 달리 현대차 올 실적 ‘탄탄’
‘황제경영’·총수 불법에 ‘면죄부’ 비판 일어
1심 징역형->2심 집유 총수들 전례 판박이
6일 정몽구 회장의 항소심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된 것은 법원이 ‘법 원칙’보다 ‘경제 현실’을 더 무겁게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두고두고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항소심 재판부가 법 논리에 따라서만 판결했다면 정 회장에 대한 집행유예 선고는 나올 수 없다는 게 법조계의 지적이다. 횡령이나 배임액이 50억원 이상일 경우 법정형이 징역 5년~무기징역이기 때문에, 900억원대의 회삿돈을 횡령한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 총수라는 지위가 고려되지 않았다면 집행유예로 감형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 회장이 아닌 다른 기업인이었다면 재판부가 이처럼 관대한 판결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재판부는 정 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이유로 △현대차가 미치는 경제적 파급효과 △과거 기업들의 비자금 조성 관행 △횡령 뒤 투명경영을 위해 노력한 점 △피해액을 대부분 회복한 점 등을 들었다. 이재홍 부장판사는 “우리나라에서 현대차가 미치는 경제적 파급효과는 1위이며 정 회장은 현대차의 상징”이라며 “나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현대차가 경제에 미칠 영향이 꺼려진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엔론과 같은 기업 20개가 부도나도 미국 경제는 괜찮지만, 현대차의 부도는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집행유예 선고의 판단 근거로 경제적 현실을 고려했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회장이 구속되면 부도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논리는 ‘황제경영’의 폐해를 그대로 인정한 것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또 현대차의 경우 환율하락 등 대외여건의 악화에도 불구하고 올 상반기 매출과 이익이 지난해보다 각각 6.1%, 16%씩 증가한 상황에 비춰볼 때 ‘정 회장 재판에 따른 경영공백 위기’는 앞뒤가 안 맞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 회장이 빼돌린 돈을 개인적으로 쓴 부분이 적고, 범죄 후에 다 보전했다는 점을 집행유예 사유로 든 것도 기업범죄에 대한 ‘봐주기 판결’ 관행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경제개혁연대가 2000년 1월~2007년 6월 기업인 239명의 양형 사유를 분석해 보니,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106명 가운데 65명(61.3%)이 ‘개인적 이득 없음’으로, 55명(51.9%)이 ‘피해액 변제’ 사유로 풀려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관행은 기업 지배권을 유지함으로써 생기는 유·무형의 이득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기업범죄를 저질러도 재력을 이용해 실형을 피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한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는다.

재판부가 사회공헌 이행을 강조하면서 “재능과 재력이 있는 피고인은 재능과 재력을 발휘하게 하는 것이 의미있는 일”이라고 밝힌 것도 결국 재력 있는 이들은 징역형을 피할 수 있다는 논리가 된다. 참여연대는 논평에서 이와 관련해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막는 것도 시급한 상황에서 이를 더 조장하는 재판부의 주장에 황당함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정 회장에 대한 집행유예 선고는 이미 1심 재판부가 징역 3년을 선고할 때부터 예견됐다. 과거 최태원 에스케이그룹 회장, 정몽원 전 한라그룹 회장, 엄상호 전 건영그룹 회장, 이순국 신호그룹 회장 등이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뒤 2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바 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