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자동차 그룹 회장의 항소심 선고 공판이 열린 6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우산을 받쳐 든 현대차 임직원들이 두 줄로 늘어선 채 정 회장이 재판을 마치고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봉사명령 선고 뒤 정회장 격려
항소심 법정 표정
정몽구(69) 현대차그룹 회장에 대한 선고공판이 열린 서울고법 403호 법정. 판결 이유 등에 대한 설명을 장황하게 이어가던 이재홍 부장판사의 입에서 ‘집행유예’라는 말이 나왔지만, 정 회장의 표정에선 변화를 읽을 수 없었다.
하지만 집행유예와 함께 사회공헌 약속 이행, 준법경영 관련 강연과 기고 등의 사회봉사 명령이 선고되자 정 회장의 얼굴에는 약간 당황한 기색이 보였다. 그러자 이 부장판사는 “피고인이 말이 좀 어눌한 것은 알지만, 그동안 쌓인 경험으로 강연을 잘할 것으로 본다”고 정 회장을 북돋웠다.
30여분 동안 진행된 공판에서 정 회장이 입을 연 것은 여수세계박람회 유치와 관련한 재판장의 질문 때였다. “여수엑스포 유치 명예위원장이죠?” 공판이 끝나갈 무렵 이 부장판사가 질문을 던졌다. “네.” 정 회장이 씩씩하게 답변했다. 재판장은 “피고가 유치 활동에 나서는 모습이 신문에도 많이 보도되고 해서 나한테도 심리적 압박이 됐다. 동계올림픽의 경우는 푸틴으로 인해 좌절됐지만 이번에는 꼭 유치할 수 있도록 분발해 달라. 이번이 (유치 활동) 재수이니 진력을 다해 꼭 유치해 달라. 그것도 이 판결에 충분히 고려를 했다”고 말했고, 정 회장은 또 “네”라며 굵은 목소리로 답했다.
공판이 끝난 뒤 정 회장은 ‘소감을 말해 달라’는 취재진의 요청을 뿌리친 채 “죄송합니다”라는 말만 몇 차례 한 뒤 경호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순식간에 차를 타고 법정을 떠났다. 우산을 받쳐드는 사람이 없어 정 회장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고스란히 비를 맞았다. 취재진과의 몸싸움으로 일부 경호원들의 옷이 찢어지는 등 ‘회장님’의 경호태세는 지난해 1심 때와 다를 바 없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들은 정 회장이 법원을 떠난 뒤 여수박람회 유치 활동 등 ‘정몽구 회장 향후 일정’ 자료를 법원 기자실에 돌렸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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