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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신학 전공 배심원 후보, 사형제 반대합니까?”

등록 2007-09-10 20:20수정 2007-09-10 22:17

내년 국민참여재판 시행을 앞두고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모의 배심원 재판’이 열려, 이 행사에 지원한 서울 시민 12명의 배심원단이 판사의 말을 듣고 있다. 이날 모의 재판은 관련법에 따라 개조된 새 법정에서 진행됐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내년 국민참여재판 시행을 앞두고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모의 배심원 재판’이 열려, 이 행사에 지원한 서울 시민 12명의 배심원단이 판사의 말을 듣고 있다. 이날 모의 재판은 관련법에 따라 개조된 새 법정에서 진행됐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국민 형사재판 참여법’ 통과뒤 첫 모의재판
부적격자 추리려 검사·변호사, 송곳 질문
배심원 참여자는 “사건 사전이해 없어 곤란”

“21번 배심원 후보자는 신학을 전공했는데, 이번 사건은 살인 사건입니다. 법정형이 사형도 가능한데 사형제에 반대합니까?” “37번 후보자는 고소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무죄를 받았는데 당시 재판 과정이 억울했다고 생각하나요?”

10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417호실.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이 통과된 뒤 처음 열린 모의재판에 배심원으로 참가한 윤정욱(54·서울 종로구)씨는 검사가 자신에게 불리한 배심원 후보자를 골라내기 위해 던지는 질문에 혀를 내둘렀다. 한 달 전께 법원으로부터 배심원 후보자 출석통지를 받은 윤씨는 회사에 휴가를 내고 이날 법정에 나왔다. 그러나 윤씨는 1차 후보자 추첨에서 탈락했다.

검사의 질문에 이어 변호인도 피고인에 불리한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있는 배심원을 골라내기 위해 날선 질문을 던졌다. 이어 재판장인 한양석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가 ‘배심원 기피신청’을 받았다. 검사는 “37번 후보자가 형사재판 경험이 있어 공정한 판단을 할 수 없을 것”이라며 기피신청을 냈지만, 재판장은 “이유 없다”며 기각했다.

하지만 검사는 후보자 5명까지 무조건 기피할 수 있는 ‘무이유 기피신청’ 단계에서 결국 37번을 제외시켰다. 12명 가운데 4명의 후보자가 교체됐고, 번호 14번인 윤씨는 부적격자를 대신할 후보를 고르는 2차 추첨에 뽑혀 참관인석에서 배심원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검사와 변호사는 배심원 선정을 두고 지루한 신경전을 벌였고, 무려 1시간20분이 지나서야 윤씨를 포함한 9명의 배심원과 3명의 예비배심원이 선정됐다.

이동근 서울중앙지법 형사공보판사는 “배심원 평결이 유·무죄나 양형에 직접적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실제 사건이었다면 배심원 선정을 두고 출신 지역까지 따지며 훨씬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국민참여재판(배심원제)을 앞두고 이날 열린 모의재판은 배심원석을 갖춘 법정에서 실제 살인 사건을 바탕으로 재구성됐다. 실제 재판에서 피고인은 징역 15년형을 선고받았는데, 이날 재판에서도 배심원과 재판부 모두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배심원 사이에서는 유·무죄와 양형 의견이 갈렸다. 윤씨는 “피고와 증인의 진술을 꼼꼼하게 들은 뒤 양형보다는 유·무죄 결정에 의의를 두고 신중히 판단했다”고 말했다. 교도소 봉사활동을 하는 배심원 조영옥(57·서울 서초구)씨는 “법률가들은 딱딱한 증거만으로 죄를 판단하지만 어쩔 수 없이 죄를 짓는 상황도 있을 것”이라며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뿌리내리지 않게 하려는 제도가 아니겠냐”고 말했다.


이날 배심원은 서울중앙지법 관할 지역(7개구)에서 만 20살 이상 주민 700명을 무작위로 선정해 참가 여부를 물은 뒤, 참석자 28명 가운데서 선정됐다. 여성 피고인 관련 사건에서 배심원 성비가 여성 10명, 남성 2명으로 지나치게 여성 쪽으로 쏠린 것은 개선해야 할 점으로 지적됐다. 김남일 김지은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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