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떠나며 살짝 눈웃음도…재판부 “화광동진 해라”
“‘화광동진’의 자세로 자신의 땀을 통해 범행을 속죄하면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20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을 선고합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부 김득환 판사는 11일 김 회장에게 선고를 마치며 “재벌그룹 회장으로서의 과도한 특권의식을 버리고 사회공동체 일원이 되라”며 ‘화광동진’이라는 말을 인용했다. 화광동진(和光同塵)은 <노자>에 나오는 구절로 ‘자기의 지혜와 덕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속인과 어울려 지내며 참된 자아를 보여준다’는 뜻이다. 김 회장이 지난 3월 보복폭행 당시와 그 뒤 수사·재판과정에서 지혜나 덕이 아닌 ‘재력’과 ‘특권의식’을 주로 내보여왔다는 점을 고려한 재판장의 따끔한 일침으로 보인다.
이날 김 회장은 구속집행 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진 지난달부터 입원해 있는 서울대병원 구급차를 타고 법원에 도착했다. 환자복을 입은 김 회장은 약간 추운 듯 스웨터를 걸친 채 휠체어를 타고 법정에 들어섰다. 자르지 않은 수염이 덥수룩했지만 머리는 뒷머리까지 단정하게 다듬은 상태였다. 김 회장은 ‘건강이 좋아졌나, 그러면 일어서서 선고를 받으라’는 재판장의 질문에 “네”라고 답하며 힘들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김 회장은 선고 내내 큰 표정의 변화를 보이진 않았지만, 휠체어를 탄채 법정을 떠날 때는 교도관과 악수를 하며 살짝 눈웃음을 짓기도 했다. 김 회장은 소감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모르겠다”라고만 답한 뒤 구급차를 타고 다시 병원으로 돌아갔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