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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노예계약’ 버릇 못고치는 연예기획사

등록 2007-09-13 20:43

김지훈
김지훈
공정위 “에스엠엔터테인먼트, 김지훈씨와 불공정 계약” 시정명령
5년전에도 똑같은 제재 ‘반복’
대형연예기획사인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가 전속계약 연예인에게 과도한 손해배상 등을 설정해 지난 2002년에 이어 또다시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게 됐다.

공정위는 에스엠엔터테인먼트가 탤런트 김지훈씨와 전속계약을 맺으면서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부당한 손해배상 조항과 계약 기간을 설정한 것으로 드러나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공정위 조사 결과, 에스엠엔터테인먼트는 지난 2001년 김씨와 계약 당시 ‘당일부터 시작해 첫 번째 음반 발매 후 5년째 되는 날 종료’, ‘당일부터 시작해 첫 번째 작품(드라마나 영화 중 조연급 이상의 배역 출연)의 데뷔일로부터 5년째 되는 날 종료’된다고 계약 기간을 정하면서 계약 위반 때 손해배상은 ‘총투자액의 5배, 잔여 계약 기간 예상 이익금의 3배, 별도 1억원’으로 설정했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통상 계약금 등의 두세 배를 배상액으로 하는 업계의 거래 관행에 비해 신인 연예인에게 지나치게 불리한 것이며, 음반 출시가 늦어질 경우 연예인이 불안정한 계약 상태에 놓이게 되고, ‘조연급 이상’이라는 불명확한 개념을 썼다”고 지적했다. 공정위의 이번 시정명령에 따라 에스엠엔터테인먼트는 소속 모든 연예인들과 계약 내용 가운데 비슷한 조항들도 수정해야 한다.

에스엠엔터테인먼트는 2002년 7월에도 같은 내용으로 공정위의 시정명령을 받았지만, 공정위 결정에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등 관련 조항 개선에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지훈씨는 한국방송의 드라마 <황금사과> 문화방송 <얼마나 좋길래> 등에 출연했으며 현재 한국방송 주말드라마 <며느리 전성시대>의 주연을 맡고 있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연애금지…밤 10시 뒤 전화 받지마”
‘키워준다’ 이유 사생활까지 옭아매

‘상상초월’ 연예계 계약관행


연예인과 기획사 사이의 불공정 계약 관행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13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은 에스엠엔터테인먼트만해도 대표적인 기획사인데도 신인에게 불리한 계약조건 문제로 2002년에 이어 두 번째 시정명령을 받았다. 신인급 연예인들은 이런 ‘노예 계약’ 문제가 사라지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심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기획사들이 이처럼 신인급들에게 불리한 조건을 내거는 것은 날이 갈수록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규모가 커지고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진 탓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최근 톱스타급 연예인들의 전속금이 수십억원대로 치솟으면서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간판 유명 연예인들에게 수익의 상당 부분을 떼어주게 된 기획사들이 대신, 가능성을 보고 투자하는 신인급들에게서 수익을 최대한 얻으려고 ‘노예 계약’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일급 스타들을 대형 업체들에게 빼앗기게 되는 중소형 기획사들은 다시 신인급들을 더욱 옭아매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기획사들의 부당계약 내용을 보면 가수들의 경우 계약 기간이 만료되는 날짜를 ‘첫 번째 음반 발매일로부터 5년 뒤’로 설정해 계약기간을 통념 이상으로 늘리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실제 연습 기간 등이 계약 기간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신인 가수들의 불안정한 신분 상태가 계속되게 된다. 지난해 에스엠엔터테인먼트와 법적 분쟁에서 승소했던 가수 겸 탤런트 유민호씨의 경우 계약 기간이 첫 번째 음반 발매 뒤 10년째 되는 날로 돼 문제가 됐다. 연기자들에게는 ‘조연급 이상’ 등 명확하지 않은 개념을 써 기획사가 자의적으로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 문제로 꼽힌다.

이에 대해 연예기획사들은 “뜨고 나면 배신하며 따지는 연예인들도 문제”라고 항변한다. 한 대형 기획사 매니저는 “계약서 작성 때 서로 내용을 확인한 뒤 계약 기간 중에 소송을 걸어 부당하다고 하면 기획사도 피해자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방송영화공연예술인노동조합 김영선 부위원장은 “일부 기획사들의 경우 ‘연애 불가’는 물론 ‘밤 10시 이후에는 소속사 이외의 전화를 받아서는 안 된다’는 등의 사생활 침해성 조건도 강요한다”며 “기획사 중심으로 짜여진 기존 계악서를 바로잡을 표준계약서를 제작하고 있으며,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노조 차원에서 에스엠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제재 조처를 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국엔터테인먼트법학회 대표인 최정환 변호사는 “계약 기간이 길고, 위약금이 크다는 것 자체가 나쁘다고 보기는 힘든 측면도 있다”며 “분쟁이 끊이지 않는 것은 결국 제도적으로 문제가 있기 때문인데, 매니지먼트사에 대한 규제와 조건을 엄격하게 해 반복되는 분쟁을 막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남지은 김미영 허윤희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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