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선대원군 후손, 반민규명위 상대 소송서 원고패소
흥선대원군의 아들과 손자의 친일반민족행위 결정을 취소해 달라며 직계 후손이 낸 소송에서 법원이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반민규명위)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안철상)는 17일 흥선대원군의 후손 이아무개씨가 반민규명위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반민규명위의 결정에 불복해 당사자와 후손이 결정을 취소해 달라며 법원에 낸 소송 가운데 판결이 내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판부는 “객관적 조사를 할 수 있는 국가기관을 구성해 친일반민족행위를 조사한 뒤 결정을 내리게 하고 조사보고서를 작성해 사료를 편찬하고 이를 공개하는 것은, 친일반민족행위에 관한 진상 규명의 헌법적 의미를 생각해봤을 때 효과적이고 적절한 수단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자의적 해석이 가능한 결정을 공개하는 것은 국가 권력을 남용한 것이기 때문에 반민규명위의 활동을 객관적 조사에 한정해야 한다”는 이씨의 주장은 “반민규명위의 권한을 객관적 조사에 한정하는 것은 진상 규명의 헌법적 의미를 현저하게 퇴색시키는 것”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반민규명위는 “반민규명위의 결정은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반민규명위의 결정으로 조사대상자의 명예가 손상을 입어 인격권이 침해받게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행정소송의 대상이 된다고 판단했다.
반민규명위는 지난해 9월 흥선대원군의 아들과 손자가 ‘한일합병조약’ 체결에 관한 어전회의에 황족 대표로 참석해 조약 체결에 동의했다는 등의 이유로 이들을 친일반민족행위자로 선정했다. 이에 직계 후손인 이씨는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 자체가 위헌”이라며 소송을 냈다. 이씨는 소송과 함께 위헌법률심판제청도 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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