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원심확정 판결
운전면허 취소 사실이 제대로 통보되지 않았다면 그 이후 이뤄진 운전을 무면허 운전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의사인 이아무개(45)씨는 지난 2003년 10월 경기 시흥의 한 교차로에서 한눈을 팔다 앞에 서 있던 옵티마 택시를 자신의 티코 승용차로 들이 받았다. 택시 운전사와 승객은 전치 2주의 부상을 입었지만 이씨는 뺑소니를 쳤다. 경찰은 이씨에 대해 운전면허 취소결정을 내리고 이씨의 주소지로 취소통지서를 보냈다.
하지만 ‘수취인 부재’로 송달이 되지 않자 경찰은 1주일 뒤 재차 통지서를 보냈고, 이 역시 반송되자 경찰은 ‘소재불명으로 취소통지를 할 수 없을 때는 주소지 관할 경찰서 게시판에 열흘 동안 취소 결정을 공고하는 것으로 취소통지를 대신할 수 있다’는 도로교통법 조항에 따라 일을 처리했다. 이런 사실을 몰랐던 이씨는 2005년 3월 운전을 하다가 단속에 걸려 무면허 운전 혐의로 약식기소됐고,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1·2심 재판부는 “‘소재불명’은 일시적인 외출 등으로 주소지를 비운 경우가 아닌 통상적인 방법으로는 주소 등을 확인할 수 없거나 통지서 발송이 불가능한 경우를 말한다”며 “면허를 취소했어도 적법한 통지·공고가 없으면 그 동안의 운전은 무면허 운전으로 볼 수 없다”며 이씨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2부(주심 박시환 대법관)도 17일 원심을 확정하면서 “이씨가 아파트에 거주하는 기간에 통지서가 발송됐고, 반송사유도 소재불명이 아닌 수취인 부재일 뿐이므로 게시판 공고는 효력이 없다”고 밝혔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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