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장 확산 우려속 법원 결정 촉각
정씨 구속돼도 입장 표명 미룰 듯
정씨 구속돼도 입장 표명 미룰 듯
정윤재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열린 20일, 청와대는 침묵속에서 법원의 결정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노무현 대통령 스스로 ‘측근’이라고 인정한 정 전 비서관이 구속될 경우 참여정부 전체가 도덕적 치명상을 입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특히 검찰 조사에서 정 전 비서관이 김씨에게 자신의 형이 운영하는 회사에 12억원짜리 공사 발주를 요구했다는 등의 혐의 내용이 추가되자 ‘사건이 장기화되는 것 아니냐’며 긴장하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노 대통령의 한 측근은 “검찰의 수사 내용에 대해 정 전 비서관은 결백을 주장하고 있지만 그가 구속된다면 국민들은 노 대통령의 측근 비리가 현실화됐다고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이 정 전 비서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할 경우 노 대통령과 청와대의 도덕적 신뢰도가 크게 추락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른 한 핵심 인사는 “검찰이 현재 정 전 비서관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고강도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 같다”며 “사건이 어디로 확대될지 우리도 전혀 예상할 수 없어 답답하다”며 사태 장기화나 파장의 확산을 우려했다.
청와대는 그러나 정 전 비서관이 구속돼도 노 대통령의 대국민사과 등 공식 대응은 좀 더 신중하게 판단하자는 기류가 강하다. 노 대통령의 다른 한 핵심 참모는 “검찰은 건설업자 김씨의 진술을 토대로 정 전 비서관이 3천만원의 뇌물을 받았다고 하지만, 정 전 비서관 본인은 여전히 2003년 2천만원을 받은 것 외에 어떤 돈도 받지 않았다고 결백을 외치고 있다”면서 “사건의 실체와 진실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청와대가 공식 입장을 밝히기는 어렵지 않겠냐”고 말했다.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만으로 정 전 비서관의 혐의가 입증됐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이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정 전 비서관의 구속이 검찰에서 제기한 혐의사실을 다 인정한다는 것은 아니지 않냐”면서 “구속 이후에도 검찰 수사가 계속되는 만큼 앞으로 진행상황을 봐가며 사건의 윤곽이 드러났다고 판단할 때 청와대의 공식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청와대 내부 기류를 반영한 것이다.
물론 정 전 비서관이 혐의사실을 부인한다는 이유 만으로 무작정 입장표명을 미룰 수 있는 처지도 아니다. 당장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 경선이 진행중이고, 추석연휴 직후인 10월2일에는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기 때문에 그 전에 어떤 식으로든 정 전 비서관 비리 의혹을 정리하고 가야한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솔직히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하더라도, 그 시점을 확정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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