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인천공항 옆 숙소에서 김인식(43·왼쪽 두번째)·레킴 후에(22·세번째)씨 부부 등 ‘베트남 명절 방문 프로젝트’에 뽑힌 부부들이 결혼 뒤 첫 베트남 나들이에 앞서 고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국신랑·베트남신부 4쌍 추석 베트남나들이
“사위사랑 장모라는데…” “명절음식 뽐내야죠”
“사위사랑 장모라는데…” “명절음식 뽐내야죠”
“싱차오? 신짜오?”
지난 19일 인천국제공항 근처 숙소에서 김인식(43)씨는 아내의 발음에 더 가까와지기 위해 몇차례고 한 단어를 되뇌고 있었다. 레킴 후에(22)씨는 미소지으며 남편의 모습을 바라본다. 2005년 결혼한 뒤 처음으로 처가를 찾는 김씨는 ‘안녕하세요’를 뜻하는 베트남 말을 연습하는 중이었다. 경남 창원 여성의 전화가 주최한 ‘베트남 명절 방문 프로젝트’에 뽑힌 이들 부부는 다른 네 부부와 함께 20~29일 베트남에서 추석을 보낸다.
베트남에서도 추석 때 가족들이 모여 찹쌀로 만든 ‘반중투’라는 떡을 만들어 먹고, 이웃과 음식과 덕담을 나눈다. 어린아이들에게 선물을 주는 풍습도 있고, 작은 마을잔치를 벌이기도 한다. 후에씨는 “그동안 배운 한국 명절 음식을 친정에 가서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명절이면 며느리들만 고생한다는 ‘명절 증후군’은 베트남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2년 만에 친정을 찾는다는 느구엔티 홍항(22)씨는 “며칠 동안 음식 만들고 설겆이를 하는 한국의 추석이 처음에는 어리둥절했다”고 말했다. 레티 르엉(25)씨는 “베트남에서는 평소에도 남자들과 집안일을 나눠 한다”며 “이번 추석에는 남편들이 한국에서처럼 편히 쉬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르엉씨의 남편인 손목일(45)씨는 “이번 추석엔 설겆이라도 좀 해야겠다”면서도 “아내가 은근히 도와주지 않겠냐”고 기대했다.
오랜만의 친정·처가 나들이에 설레는 것이 신부들만은 아니다. 윤무진(36)씨는 “사위 사랑은 장모라는데, 기대하고 있다”며 웃음을 지었다. 남편들은 저마다 양손 가득 선물 꾸러미를 들었다. 손씨는 “베트남에서 한국 라면이 인기가 좋다고 해 라면도 준비했다”며 짐꾸러미를 열어 보였다. 인삼, 화장품, 비누 세트 등 종류도 다양하다. 윤씨는 “비용과 시간 때문에 마음 먹기가 쉽지 않은데, 이렇게 인사드리러 갈 수 있어 고마운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뭐니뭐니해도 이번 친정 방문은 이주 여성들에게 가장 큰 선물이다. 두 아이를 안고 집으로 가는 후에씨는 “큰아이 100일 사진을 보냈는데, 어머니가 당장 전화를 걸어와 ‘너무 보고 싶다’고 하더라”며 “이번에 같이 가면 당장에 ‘아이고 내 새끼’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에서도 가족들과 함께 달맞이를 하는 풍습이 있다. 손씨의 부인 즈엉 미리엔(32)씨는 “2년 만에 가족들과 함께 추석 달맞이를 할 수 있겠다”며 눈물을 훔쳤다.
이번 베트남 방문을 준비한 창원 여성의 전화 승해경 회장은 “이주 여성들이 결혼 초기에 느꼈을 고립감이 무엇인지 이번 기회에 남편들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가족이지만 혼자 말을 몰라 고립되는 상황, 너무나 다른 추석의 문화같은 차이를 느끼고 나면, 아내가 한국에서 느끼는 어려움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인천공항/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golok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