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우리나라 출산율이 세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자녀를 반드시 가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기혼 여성들이 전보다 크게 늘어 충격을 주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승권 박사가 5일 내놓은 ‘다양한 가족의 출현과 사회적 지원체계 구축방안’ 연구 보고서를 보면, 15~44살 기혼여성 가운데 ‘자녀를 반드시 가질 필요가 없다’고 답한 비율이 2003년 조사 응답자 6593명 가운데 44.9%로 나타났다. 이는 1991년 7448명 중 8.5%였던 것보다 5배 이상 높아진 수치다. 2003년 기준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1.19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 출산율인 1.6~1.7명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현실을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조사 결과다.
97년 조사에선 26.0%(전체 응답자 5409명), 2000년에는 41.5%(전체 응답자 6363명)가 같은 답변을 했다.
반대로 ‘아이를 반드시 가져야 한다’고 답한 기혼 여성은 91년 90.3%에서, 97년 73.7%, 2000년 58.1%, 2003년에는 54.5%로 해마다 크게 줄었다.
2003년 기준 미혼 여성의 경우 ‘자녀가 없어도 상관없다’고 응답한 사람은 조사 대상자 전체 1759명 가운데 21.7%로 나타났다. 미혼 남성의 경우 전체 2284명 가운데 17.4%가 같은 대답을 했다.
자녀 수에 대한 여성의 가치관 변화는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로도 나타난다. 70년부터 2000년까지의 인구주택총조사를 보면 자녀 없이 부부만 사는 가족을 포함하는 부부 1세대로만 구성된 가구는 70년 5.4%, 80년 6.4%, 90년 9.3%, 2000년 14.8%로 꾸준히 늘고 있다.
김 박사는 연구 보고서에서 “90년대 후반부터 부부가 결혼을 하면 반드시 아이를 가져야 한다는 부모의 가치관이 크게 변하기 시작했다”며 “기혼 여성의 자녀 가치관이 자녀 수에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을 고려해 볼 때 앞으로 부부만으로 구성된 핵가족이 크게 늘어날 것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김양중 기자 himtrai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