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권유·알선행위…안갚아도 된다” 판결
성매매 여성의 선불금으로 사용될 것을 알면서도 금융기관이 이들 여성에게 돈을 대출해 줬다면 갚지 않아도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지난 2001년 9월 울산 ㅅ신용협동조합 이사장 김아무개씨는 대출이 제한된 유흥업소(룸살롱) 업주 및 여종업원을 상대로 고금리(연 36.5~60%) 수익을 얻기 위해 대출이 가능하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했다. ㅅ신협은 이듬해 11월까지 업주 및 여종업원 962명에게 1인당 평균 3천만원씩, 모두 292억여원을 대출해 줬다. 이는 당시 ㅅ신협 부실채권의 79%에 해당하는 액수였다.
결국 ㅅ신협은 2003년 5월 파산했고, 파산관재인으로 선임된 예금보험공사는 3천만원을 대출해 간 여종업원 권아무개(34)씨와 권씨의 대출보증을 선 업주 부부를 상대로 대여금 반환 청구소송을 냈다.
1·2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권씨의 대출금은 형식적으로는 신협의 대출절차를 빌렸지만, 실질적으로는 업주가 권씨로 하여금 성매매를 하도록 알선·강요하기 위한 선불금으로 사용됐으며 대출 담당자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며 업주 부부만 원금과 이자를 갚으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금융기관의 이런 대출행위는 업주 대신 여종업원들에게 고리의 선불금을 대신 지급해 이자를 챙기는 ‘전주’의 행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대법원 1부(주심 고현철 대법관)도 예금보험공사가 권씨를 상대로 낸 상고심에서 “민법이나 대법원 판례를 볼 때 성매매를 하도록 권유·알선하는 행위는 선량한 풍속이나 사회질서에 위반되며 이에 대한 채권은 계약형식에 관계없이 무효라고 본 원심은 정당하다”며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1일 밝혔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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