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소속 교사들이 사학재단의 비리척결을 요구하며 수업 거부 및 집회를 벌이는 과정에서 학생들의 학습권과 학부모들의 교육권을 침해했다는 대법원 첫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현재 계류 중인 다른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3부(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서울 신정여상 학부모와 학생 28명이 전교조 소속 교사들의 수업거부로 학습권과 교육권을 침해당했다며 수업 거부 등을 벌인 교사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들은 학생에게 100만원, 학부모에게는 30만원씩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교원의 권리인 수업권은 학생에 대한 일차적 직무권한이지만 어디까지나 학생의 학습권 실현을 위해 인정되는 것이므로 학습권이 수업권보다 우월한 지위에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사학재단 비리의혹 해소와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었다고 해도 불법적인 방법을 사용한 점 △학생 대토론회에서 수업거부를 결정했지만 모든 학생이 참여하지는 않은 점 등을 판결 이유로 들었다.
1·2심 재판부는 “재단비리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 점, 교사들의 행동이 개인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 등 제반 사정을 종합했다”고 밝혔지만, 당시 전교조는 “비리재단에 면죄부를 준 판결”이라며 반발했다.
지난 2001년 이 학교 전교조 교사 34명은 학교재단인 인권학원의 부패척결을 요구하며 집회를 벌이다 재단이 또다시 인사전횡을 일삼자 교사 11명이 20여일 동안 수업을 거부했고, 학생 수백여명도 여러 차례에 걸쳐 교사들과 함께 집회에 참여했다.
현재 전교조 교사 파면을 계기로 불거진 인천외고 사태와 관련해 학생과 학부모가 전교조 교사를 상대로 낸 학습권 침해 소송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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