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비밀번호 알려줬어도 허락없이 다른 것 보면 안돼”
특정인에게 쓴 자신의 이메일을 볼 수 있도록 특정인에게 자신의 이메일 접속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려줬더라도 허락없이 제3자에게 보낸 이메일까지 봤다면 불법행위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회사원 조아무개(35)씨는 지난 2004년 6월 연인 사이로 발전한 김아무개씨에게 자신의 이메일 접속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려줬다. 자신이 김씨에게 쓴 이메일을 김씨가 언제든지 볼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김씨는 조씨가 다른 사람들에게 보낸 이메일까지 함부로 읽곤 했다. 이를 안 조씨는 김씨와 다투기도 했고,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바꾸기도 했다. 결국 1년6개월 남짓 이어지던 연인 관계는 틀어졌고, 두 사람은 헤어졌다. 문제는 김씨가 조씨의 전처 휴대전화번호 뒷자리를 조합해 우연히 조씨의 이메일 접속 비밀번호를 알아내면서 커졌다. 김씨는 헤어진 뒤에도 조씨의 이메일을 몰래 열어봤다. 기분이 상한 조씨는 지난해 1월 “연인 사이였을 때도 다른 사람에게 보낸 메일까지 몰래 열어봤다”며 김씨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으나, 김씨는 무혐의 처분됐다. 그러자 김씨는 “조씨가 먼저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려줬다”며 조씨를 무고 혐의로 고소했다.
대법원 3부(주심 김황식)는 조씨의 무고 혐의에 대해 “정보통신망 이용자가 자신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제3자에게 알려줬다고 하더라도 이용자의 의도와 이익을 벗어났다면 제3자에게 접근 권한이 없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2일 밝혔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