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삶 살고 있는 종로경찰서 안전관리기사 김영식 씨
시인의 삶 살고 있는 종로경찰서 안전관리기사 김영식 씨
86년 산재사고로 왼손가락 모두 잃어
고통의 마음 시로…“이젠 희망 찾았죠” 보일러를 고치던 기름 묻은 손으로 쓰는 시에는 사람 냄새가 묻어난다. 펜을 든 오른손 옆에는 손가락이 없는 뭉툭한 왼손이 종이를 붙들고 있다.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안전관리 선임기사로 일하고 있는 김영식(44·사진)씨는 1986년 11월을 잊지 못한다. 플라스틱 제조업체에 다니며 방송통신대에서 공부를 하던 김씨는 철야 작업 때 기말고사를 준비할 요량으로 강의 녹음테이프를 듣다가 한순간의 방심 탓에 왼손 다섯 손가락을 모두 잃었다. 그는 “삶에 찌들려 어려서부터 일을 해왔지만 불만은 없었다”며 “하지만 손을 다치고 나니 일할 수 있는 기회조차 찾기 어려워 힘들었다”고 말했다. 병석에 누워 아픔을 다스리던 그는 절망과 울분을 시에 담기 시작했다. 시는 그에게 용기를 되찾아 줬다. 김씨는 “시를 쓰고 그 시로 내 마음을 전할 수 있다는 사실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어느새 그의 시는 고통보다 희망을 노래하고 있었다. 실제로 등단 작품인 ‘삶’을 비롯해 ‘하늘사랑’, ‘아픔을 함께 할 수 있다면’ 등 그의 시들은 고통을 이겨낸 삶의 희망과 그 원동력인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 습관처럼 시를 쓰던 그는 2005년 월간 〈한울문학〉을 통해 등단한 뒤 왕성하게 창작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6월 동인시집 〈되돌아오지 않는 강물처럼〉을 출간한 것을 시작으로 월간 〈모던포엠〉 등의 문학지에 시를 기고하고 여러 시화전에 작품을 출품했다. 그의 명함에는 ‘종로경찰서 기관실 기관장’과 ‘시인’이라는 직책이 나란히 쓰여 있다. 그는 “명함을 건네면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럴 때면 명함 뒤에 인쇄해 둔 시를 곧장 낭송해 주곤 한다”고 말했다. 그의 시를 가장 사랑해 주는 사람은 노부모를 모시며 함께 살고 있는 부인이다. 그는 “얼마 전에는 당뇨병으로 고생하고 있는 어머니께 바치는 시 〈사모곡〉을 아내와 함께 낭송해 드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부인의 전화가 걸려온 그의 휴대전화엔 ‘천사’라는 전화번호부 저장 이름이 뜬다. “천사 같은 부인을 두어 좋겠다”는 질문에 그는 “아내는 내 전화번호를 ‘하늘’이라는 이름으로 저장해 놓았다”고 귀띔하며 웃었다. 활짝 갠 가을 하늘만큼 그 웃음이 맑다.
글·사진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고통의 마음 시로…“이젠 희망 찾았죠” 보일러를 고치던 기름 묻은 손으로 쓰는 시에는 사람 냄새가 묻어난다. 펜을 든 오른손 옆에는 손가락이 없는 뭉툭한 왼손이 종이를 붙들고 있다.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안전관리 선임기사로 일하고 있는 김영식(44·사진)씨는 1986년 11월을 잊지 못한다. 플라스틱 제조업체에 다니며 방송통신대에서 공부를 하던 김씨는 철야 작업 때 기말고사를 준비할 요량으로 강의 녹음테이프를 듣다가 한순간의 방심 탓에 왼손 다섯 손가락을 모두 잃었다. 그는 “삶에 찌들려 어려서부터 일을 해왔지만 불만은 없었다”며 “하지만 손을 다치고 나니 일할 수 있는 기회조차 찾기 어려워 힘들었다”고 말했다. 병석에 누워 아픔을 다스리던 그는 절망과 울분을 시에 담기 시작했다. 시는 그에게 용기를 되찾아 줬다. 김씨는 “시를 쓰고 그 시로 내 마음을 전할 수 있다는 사실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어느새 그의 시는 고통보다 희망을 노래하고 있었다. 실제로 등단 작품인 ‘삶’을 비롯해 ‘하늘사랑’, ‘아픔을 함께 할 수 있다면’ 등 그의 시들은 고통을 이겨낸 삶의 희망과 그 원동력인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 습관처럼 시를 쓰던 그는 2005년 월간 〈한울문학〉을 통해 등단한 뒤 왕성하게 창작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6월 동인시집 〈되돌아오지 않는 강물처럼〉을 출간한 것을 시작으로 월간 〈모던포엠〉 등의 문학지에 시를 기고하고 여러 시화전에 작품을 출품했다. 그의 명함에는 ‘종로경찰서 기관실 기관장’과 ‘시인’이라는 직책이 나란히 쓰여 있다. 그는 “명함을 건네면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럴 때면 명함 뒤에 인쇄해 둔 시를 곧장 낭송해 주곤 한다”고 말했다. 그의 시를 가장 사랑해 주는 사람은 노부모를 모시며 함께 살고 있는 부인이다. 그는 “얼마 전에는 당뇨병으로 고생하고 있는 어머니께 바치는 시 〈사모곡〉을 아내와 함께 낭송해 드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부인의 전화가 걸려온 그의 휴대전화엔 ‘천사’라는 전화번호부 저장 이름이 뜬다. “천사 같은 부인을 두어 좋겠다”는 질문에 그는 “아내는 내 전화번호를 ‘하늘’이라는 이름으로 저장해 놓았다”고 귀띔하며 웃었다. 활짝 갠 가을 하늘만큼 그 웃음이 맑다.
글·사진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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