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혁당재건위 재심 첫 공판
“본적과 주소 모두 변했습니다.”
피고인 14명의 이름과 주소를 확인하는데만 10분이 넘게 걸렸다. 1974년 중앙정보부가 전국민주학생총연맹(민청학련)의 배후인 인혁당을 재건하려 했다며 도예종(1975년 사형집행)씨 등 23명을 기소한 지 33년이 지난 뒤였다.
‘인혁당재건위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피해자와 유가족에 대한 재심 첫 공판이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김용석) 심리로 열렸다. 이날 공판엔 당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던 전창일(86)씨 등 피해자 8명과 출소 뒤 고문휴유증으로 사망한 전재권씨의 부인 등 유가족 6명이 나왔다.
전씨는 피고인 진술에서 “기억하기 싫은, 소름끼치는 33년 전이었다”며 “인혁당재건위 사건은 박정희 군사정권이 인권과 생존권을 짓밟은 역사”라고 말했다. 전씨는 진술 중에도 목소리가 떨렸다. 눈물을 훔치는 방청객도 있었지만 지난 1월 사형당한 8명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만큼 피고인과 가족들의 표정은 대체로 밝았다. 피고인쪽 김형태 변호사는 “이미 지난 1월 재판에서 법원이 과거 정리를 충분히 했으니 옥살이를 한 분들에 대해서도 무죄가 선고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인혁당재건위 사건과 관련된 피고인들은 모두 25명으로 그 중 사형이 집행된 8명은 올 1월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됐고, 징역형을 받은 나머지 3명은 아직 재심 개시 결정이 내려지지 않은 상태다. 김용석 재판장은 “피고인과 가족들이 나이가 많고 지방에 살고 있는 걸 헤아려 기일을 정하겠다”고 밝혔다. 다음 공판은 11월13일 오후 2시 검찰 신문으로 진행된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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