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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진통 거듭한 ‘DJ 납치 보고서’…늦게 나온 속사정은?

등록 2007-10-24 19:37

외교부, 일본 설득할 시간 달라며 발표 저지
일 정부도 막판까지 ‘보이지 않는 압력’ 행사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의 ‘김대중 납치사건’ 조사결과가 최종 종합보고서에 포함돼 24일 공개되는 과정은 난산의 연속이었다.

무엇보다 한국과 일본 외교 당국의 비협조와 유무형의 압력·방해 탓이다. 국정원 과거사위의 핵심 관계자는 이날 “김대중 전 대통령 납치사건과 관련한 조사 결과 발표가 이렇게 늦어진 것은 한국 외교통상부가 발표하지 못하도록 여러 경로로 막고 나섰기 때문”이라며 “이번 종합보고서 발간을 통한 발표도 위원회가 의지를 갖고 밀어부쳐 성사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 등으로 이 사건은 국정원 과거사위의 ‘7대 의혹사건’ 가운데 가장 늦게, 그리고 유일하게 기자회견을 통한 상세 설명 없이 문서로만 조사결과가 공개됐다.

실제 국정원 과거사위는 이 사건 조사를 일찌감치 마치고 그 결과를 지난해 9월쯤 발표하려고 했다. 그러나 발표는 계속 미뤄졌다. 국정원 과거사위 핵심 관계자는 “지난해 9~10월께 발표하려고 했으나 당시 외교 당국이 ‘일본을 설득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며 발표를 조금만 늦춰달라고 요청했고, 그 뒤로도 갖은 이유를 둘러대며 발표를 가로막았다”고 말했다. 당시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발표가 늦어지는 사정에 대해 “(일본과) 외교문제가 전혀 없다고 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외교부는 최근 이 사건 관련 조사결과를 일본 정부에 사전에 전해달라는 국정원 과거사위의 요청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 과거사위 핵심 관계자는 “일개 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대한민국 외교부가 일본 정부에 전할 수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며 “외교부의 역사의식은 한심한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일본 정부도 ‘진상규명에 필요한 수사는 계속한다’는 공개적 언명과 달리, 외교경로를 통해 조사결과를 발표하지 말라고 지속적으로 ‘압력’을 넣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사위 관계자는 “일본 정부는 끝까지 조사결과 발표를 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지난 2월 <교도통신>과 인터뷰에서 “조사 발표가 늦어지는 이유가 일본 정부와의 외교문제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다”며 강하게 불만을 토로한 바 있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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